무시하는 美, 환호하는 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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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美日통산 4257안타… 로즈의 최다안타 넘어
이치로 “합친 기록… 특별한 의미 안 둬”

야구계의 오랜 숙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6일 미일 통산 최다 안타의 기록을 새로 쓴 백전노장 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 때문이다. 이치로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안타 2개를 추가하며 1992년 일본 프로야구 데뷔 후 통산 4257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1986년 은퇴한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피트 로즈(75)가 세운 통산 최다 안타 기록(4256개)을 넘어선 것. 일본 매체들은 “세계 최고의 안타 제조기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며 이치로 띄우기에 나섰다. 이치로의 기록 달성을 기념하는 호외를 발행한 매체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는 ‘리그의 수준 차’를 들며 이치로가 일본 무대에서 친 안타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9시즌 동안 1278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로즈는 “이치로가 일본에서 친 안타도 통산 기록에 포함하려면 내가 마이너리그에서 친 안타(427개)도 통산 안타 기록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그의 수준 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른 리그의 기록을 인정할 것이냐는 물음은 야구계의 오랜 숙제다. 통산 868개의 홈런을 친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행크 에런(755개)을 넘어섰을 때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장의 크기 차를 언급하며 왕정치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03년 삼성 이승엽이 56호 홈런을 기록하며 1964년 왕정치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5개)을 넘어섰을 때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이치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치로는 경기 뒤 “(미일 무대를) 합친 기록이라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메이저리그 3000안타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기록이다. 달성하고 싶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역대 29명만이 달성한 메이저리그 3000안타 기록에 이치로는 21개를 남겨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최다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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