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문규현 “다시 문대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5일 05시 45분


롯데 문규현이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문규현을 보면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실감난다. 스포츠동아DB
롯데 문규현이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문규현을 보면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실감난다. 스포츠동아DB
부상 회복 후 곧바로 1군 복귀
오승택 등과 주전 경쟁서 생존
1군 합류 하루 전 득남 겹경사


롯데 유격수 문규현(33)은 24일 울산 LG전에 맞춰 1군에 복귀했다. 5월14일 넥센전에서 타격 도중 입은 갈비뼈 미세실금 부상에서 회복한 것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21일 사직 두산전부터 문규현을 1군에 합류시켰다. 이어 단 1번의 2군 경기 출장 없이 문규현을 엔트리에 넣었다. 유격수 김대륙(24)이 2군으로 내려갔다.

원래 문규현은 20일 사직 두산전부터 1군과 훈련을 같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늦은 것은 20일 첫 아이를 얻는 경사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 결혼한 부인 양혜리씨는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메디우먼 여성병원에서 3.6kg의 건강한 아들을 얻었다. 문규현은 “아들 이름은 문성으로 지었다. 막상 아이를 직접 보니까 너무 예쁜데 책임감이 들더라.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무섭기도 하더라”고 웃었다.

문규현은 어느덧 프로 15년차다. 200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순위 지명을 받고 롯데에 입단했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고, 해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위협받았지만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는 문규현이었다. 거센 바람이 불면 잠시 고개를 숙일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는, 풀을 닮은 야구인생이었다. 그렇게 665경기를 견뎠다.

조원우 감독이 롯데에 부임한 뒤 불어온 태풍은 오승택(25)이었다. 캠프부터 오승택이 부각됐고, 시범경기까지 주전 유격수처럼 기용됐다. 어쩐지 밀려난 기분이 들 법했건만 문규현은 “솔직히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그러나 내 자리에서 내 할일을 하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했다. 감독, 코치님도 ‘승택이가 체력이 떨어지면 너를 쓸 테니 준비 잘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오승택이 뜻밖에도 4월 시즌 시작 후 얼마 안돼 큰 골절부상을 당하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아프기 전까지 주전 유격수로서 32 경기에서 26안타(타율 0.310·12타점)를 쳐냈다. 조 감독은 “(문)규현이가 지금처럼만 해주면 (오)승택이가 돌아와도 주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문규현은 “시즌 중 갑자기 잘 맞을 때가 있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부상 전까지가 그랬다”고 떠올렸다.

롯데 팬들은 수비형 유격수 이미지가 강한 문규현이 잘 치면 롯데의 영원한 4번타자 이대호(34·시애틀)에 빗대 ‘문대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문규현은 “5월8일 잠실 두산전에서 4안타를 쳤다. 4번째 안타를 치기 직전, 타석에 들어설 때 팬들이 (이)대호 형이 타석에 등장할 때 외치는 ‘대호∼’ 육성응원을 해주셨다.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덕분에 1경기에서 4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문규현은 “늘 ‘내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른다”고 고백했다. 약한 것 같지만 생명력은 질기다. 풀이 그렇듯 문규현의 야구인생이 그렇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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