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이재영 “김연경 언니 부담 덜어줄래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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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이재영이 6일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국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이재영이 6일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김)연경이 언니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요.”

2년 전 겁 없이 코트를 뛰어다니던 18세 소녀가 어느새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성장했다. 대표팀 발탁 3년차에 2014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에 이어 2016리우올림픽 무대까지 정복하겠다는 이재영(20·흥국생명)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이재영은 V리그 여자부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다. 2014~2015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5~2016시즌에는 소속팀 흥국생명을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데뷔 첫 시즌 13.85점이던 경기당 득점도 17.35점으로 올랐다. 아직 발전하고 있는 선수라 더 무섭다. 배구인들은 이재영을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6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재영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대표팀 합류 초반 어깨가 좋지 않아 고생했지만 지금은 통증을 많이 덜어낸 듯했다. 기자와 마주앉은 그는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운동하는 데 아무 문제없다”고 외쳤다.

이재영은 첫 올림픽 출전의 꿈에 부풀어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창 높아진 위상을 올림픽에서 마음껏 떨치고 싶을 터다. 이에 따른 부담감이 없는지 물었다. 이재영은 선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4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처음 주전으로 도약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해 8월 1일 화성에서 열린 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5득점 공격성공률 52.17%를 기록하며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것이다.

이재영은 “올림픽에 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잘하려고 욕심내기보다 내 플레이를 열심히 하면서 도와주고 싶다”며 “그랑프리대회에서 생각지도 않게 주전으로 뛰었다. 갑자기 뛰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코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미있고 행복했다. 재미있게 하다 보니 잘 풀린 것 같다. 생각 없이 편안하게 하다 보니 연습한 대로 되더라”며 활짝 웃었다.

2년 전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이재영은 “처음에는 멋모르고 뛰었다. 지금은 어떻게 할지 먼저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며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공을 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모르고 하다 보니 결국 상대에 읽히더라. 멋모르고 하는 것과 자신감 있게 하는 건 다르다. 그래도 빨리 깨달았다”며 활짝 웃었다.

4일 ‘배구 여제’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이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김연경은 명실상부 대표팀의 에이스다. 많은 이들이 김연경을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이재영을 꼽는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대표팀 이정철 감독도 “김연경을 많이 견제할 것이다. 이재영 등 다른 공격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이재영이 6일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국여자배구대표팀 레프트 이재영이 6일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재영은 “운동할 때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나는 연경이 언니가 힘들 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언니처럼 키가 크거나 블로킹을 잘하는 게 아니다. 언니만큼 할 수는 없어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경기할 때 연경이 언니만 막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도 한번 보여주겠다”고 외쳤다.

이재영은 이전까지 항상 쌍둥이 동생 이다영(20·현대건설)과 대표팀에서 함께했다. 이번에는 이재영만 승선했다. ‘느낌이 다를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다영이가 정말 올림픽 무대에 나가고 싶어한다. 나를 많이 부러워했다. 다영이도 국제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많이 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대표팀의 예선 첫 상대는 이탈리아(14일 일본 도쿄)다. 이재영은 첫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선은 없다. 첫 경기인 이탈리아전이 가장 중요하다. 첫 경기만 이기면 순조롭게 풀릴 것 같다”며 “항상 첫 경기를 잘해야 이후에도 계속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다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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