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볼넷팀’ 대변신…신재영‘김세현 효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일 05시 45분


넥센 신재영-김세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신재영-김세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염경엽 감독 “공격적 피칭, 투수들 분위기 바꿨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부임 후 투수들에게 “볼넷을 줄여라”라는 말을 꾸준히 해왔다. 볼넷을 남발하면 대량실점 확률이 높아진다. 또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수들의 집중력 저하로 실책이 나올 확률도 덩달아 올라간다. 대부분의 코칭스태프가 투수들에게 “점수를 줘도 맞아서 줘라”는 주문을 하는 이유다. 그러나 넥센 투수들은 그동안 염 감독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넥센은 2013년 503개(최다 5위), 2014년 516개(4위), 지난해 518개(5위)로 꾸준히 볼넷 허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랬던 넥센이 올해 확 바뀌었다. 4월 한 달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63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루아침에 ‘최소 볼넷팀’이 된 것. 염 감독은 “볼넷이 줄어든 것만 해도 대만족이다. 투수들 성향이 바뀌어가고 있다”며 반색했다.

공격적 피칭, 신재영·김세현의 ‘본보기 효과’

넥센은 어떻게 볼넷을 줄인걸까. 염 감독은 그 배경에 투수 신재영(27)과 김세현(29)이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그는 “우리 팀 타자들은 강정호와 박병호가 좋아진 걸 보고 코치들을 따라왔다. 코치가 백날 좋은 얘길 해도 선수와 신뢰가 쌓이려면 성공 케이스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투수는 그런 기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본보기 효과’를 언급했다. 프로 5년차인 신재영은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팀에 복귀해 처음 1군 무대에 올랐고, 데뷔 후 30.2이닝 연속 무볼넷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비록 30일 고척 SK전을 끝으로 기록 도전을 마감했지만, 공격적인 피칭으로 넥센 선발진의 한 축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자신의 이름 석자를 KBO리그에 각인시켰다.

11년차인 김세현 역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넥센의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자리 잡았다. 빠른 공을 가졌지만, 부족한 제구력과 기복 탓에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으나 최근 마운드에서 확 달라진 모습으로 손승락(롯데)이 떠난 자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활약해주고 있다.

염 감독의 말처럼 둘은 ‘모범 케이스’다. 단순히 이 둘의 볼넷 숫자가 적은 것을 넘어, 팀 투수진 전체에게 ‘볼넷을 줄이면 이렇게 좋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 공격적인 피칭의 힘, 투수들 바뀌어 간다!

염 감독은 “(김)세현이 같은 경우엔 가운데만 보고 던지면 되는데 그동안 코너워크를 하려다 가운데로 몰렸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이후 양옆을 보고 던져도 카운트에 여유가 있지 않나”라며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변화가 주효했다고 봤다.

그동안 염 감독이 가장 싫어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게 ‘도망가는 피칭’이었다. 그는 “(신)재영이처럼 1이닝에 볼넷 없이 공 10개 던지고 1점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자기 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비 시간도 짧아져 야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 초구를 안 치는 타자들도 치도록 만드는 등 상대팀의 패턴을 바꾸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좋은 팀에선 좋은 투수가 나온다. 타자가 좋은 팀에선 좋은 타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둘 다 잘 되면 강팀”이라며 ‘본보기 효과’의 힘을 역설했다. 이어 “팀 컬러를 바꾸는 게 쉽지가 않다. 작년, 재작년에 이랬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신재영과 김세현이 보여주면서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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