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깜짝 선발 김건한 ‘1717일만에 선발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2일 05시 45분


삼성 선발투수 김건한이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014년 개명 후 1군 무대 첫 승을 올렸다. 사진제공| 스포츠코리아
삼성 선발투수 김건한이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014년 개명 후 1군 무대 첫 승을 올렸다. 사진제공| 스포츠코리아
벨레스터 통증에 갑작스런 등판
폭포수 포크볼로 KIA 타선 현혹
5이닝 4K 무실점…개명 후 첫 승


벌써 15년이 지났다. 2001년 포철공고를 졸업한 특급 유망주 김희걸은 신인드래프트에서 SK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2억2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신생팀 SK의 미래가 될 재목이라는 기대가 따랐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05년 KIA로 이적됐고, 2012년 다시 삼성으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김희걸은 1군 주축 투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2014년 절박한 마음에 법원에 개명을 신청, 김건한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지만 야구는 잘 풀리지 않았다.

2001년 반짝반짝 빛나던 샛별 김희걸은 15년이 지난 2016년, 프로 16년차 35세 투수가 됐다. 통산 기록은 17승 25패 3세이브 20홀드 방어율 5.20. 분명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더 중요한 건 아직도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를 오가며 공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오전, 이날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와 경기를 앞둔 삼성 코칭스태프는 이른 오전부터 매우 분주했다. 선발 등판을 예고한 콜린 벨레스터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급히 KIA에 양해를 구해 선발투수를 김건한으로 교체했고, 절차에 따라 KBO에 이를 전달했다.

부상 등의 이유로 선발 투수를 교체할 때는 우완이면 우완, 좌완이면 좌완 등 같은 스타일의 투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상대 팀에 대한 예의다. 삼성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상대 KIA 선발은 특급 외국인 투수로 불리는 헥터 노에시. 급히 교체된 김건한은 올 시즌 단 한번도 1군 등판 기록이 없었다. 당연히 삼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절대 강자는 없었고, 위기는 기회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김건한의 직구는 최고 142km로 헥터의 150km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KIA 타자들을 현혹했다.

1회말 서동욱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5회말 김주형에게 2루타를 맞을 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KIA 타선을 봉쇄했다. 결국 5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져 삼진 4개를 잡고 단 2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위기의 삼성을 구했다.

김건한 개인적으로는 2015년 6월 24 일 사직 롯데전 이후 302일 만에 선발투수로 나와 KIA 소속이었던 2011년 8월 9일 LG전 이후 무려 1717일 만에 올린 선발승이었다. 삼성은 8-1로 승리, 주중 KIA와 3연전을 2승1패로 끝내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김건한은 “약간 멋쩍기도 하고 어쨌든 기분이 좋다. 갑자기 선발 등판 지시를 받았는데 오히려 홀가분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생각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고 결정구로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택했다. 개명 이후 열심히 연습한 것만큼 성과가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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