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할 유격수 김재호의 겸손, “2년 뒤엔 제 자리 있을까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5시 45분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8강까지 12타수 6안타…수비력도 발군

“2년 뒤에도 제 자리가 있을까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한마디. 태극마크가 처음이어서일까.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참가 중인 김재호(30·두산·사진)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없다며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김재호는 만 서른 살이 돼서야 처음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까지 그는 소속팀 두산에서도 백업 유격수였다. 지금은 해체된 서울 중앙고 야부구 출신인 김재호는 2004년 연고팀인 두산에 1차 지명됐으나, 손시헌(NC)에 밀려 오랜 시간 2번째 옵션에 머물렀다. 손시헌이 군복무 중이던 2008년 112경기 출장을 제외하면, 세 자릿수 출장 경기도 없었다.

손시헌의 FA(프리에이전트) 이적 후 비로소 기회가 왔다. 지난해부터 주전 자리를 굳힌 김재호는 올해 타율 0.307(410타수 126안타)을 기록하며 3할 유격수가 됐다. 수비야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방망이 실력까지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

대표팀에서도 ‘만점 활약’이다. 올해 두산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공포의 9번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8강전까지 타율 0.500(12타수 6안타)으로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희생번트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3개다. 수비는 명불허전이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한화)와 처음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처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

김재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강행군을 펼치고,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 체력소모가 특히 큰 유격수다. 유독 핼쑥해진 얼굴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도 그는 “힘들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게 행복이다. 내게 대표팀은 정말 좋은 경험”이라며 늘 그렇듯 활짝 웃고 있다.

올해 타격 실력까지 끌어올렸지만, 김재호는 원래 ‘수비형 선수’다. 그도 잘 알고 있다. 2년 뒤 열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언급하자 “강정호(피츠버그)에게 이 자리를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또 다른 유격수들도 요샌 다들 잘 친다”며 겸손해했다. 그러나 하나의 실수가 결과를 가르는 국제대회에서 수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대표팀에는 그가 필요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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