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영 기자의 보너스 원샷]꺼리는 파워 포워드, 꺼지는 한국농구

유재영기자 입력 2015-10-13 03:00수정 2015-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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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파워 포워드) 역할을 해 줄 국내 선수가 없네요.” 대부분의 프로농구 감독과 코치들이 하는 말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4번’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성적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한다. 파워 포워드는 우선 큰 키에 힘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골밑에서 센터를 도와 리바운드 등의 궂은일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득점력도 좋아야만 한다. 예전과 달리 국내 프로농구에서 전문 슈터가 실종돼 팀의 득점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프로농구(NBA) 유타 재즈의 칼 멀론과 피닉스 선스의 찰스 바클리, 한국의 현주엽 현 MBC스포츠플러스 농구해설위원이 대표적인 파워 포워드들이다.

파워 포워드가 절실하다는 감독들의 말을 뒤집어 보면 파워 포워드형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프로농구에서 감독들이 4번 자리를 자신 있게 맡길 수 있는 선수로는 김주성(동부), 함지훈(모비스), 오세근(KGC) 정도가 꼽힌다. 3번(스몰 포워드)과 4번을 오가던 지난 시즌 신인왕 이승현(오리온)은 최근 4번 자리에서 현주엽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부쩍 성장했다. 문제는 이들과 경쟁할 만한 파워 포워드가 없다는 것이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파워 포워드에 대한 감독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힘과 체격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센터는 물론이고 파워 포워드로도 자주 투입되면서 그나마 파워 포워드로 성장할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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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포워드에 대한 선수들의 선호도가 크게 줄었다. 야구에서 힘든 포수 자리를 기피하는 것과 같다. 한 프로농구 선수는 “언제부턴가 파워 포워드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겼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4번 자리를 ‘내·외곽을 빠르고 부지런하게 오가다 필요할 때는 골밑으로 파고들어가서 힘으로 버티는 자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이런 것을 하려는 후배들도 없고, 그런 역할을 주문하는 감독도 많지 않다”고 했다. 또 “외국인 선수가 있으니 차라리 3번 스몰 포워드로 나서 슈팅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파워 포워드의 중요성은 최근 끝난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입증됐다. 한국은 경기당 평균 34.7개의 리바운드로 참가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센터로 나선 김종규(LG)는 6.1개, 이종현(고려대)은 3.7개를 잡는 데 그쳤다. 그나마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승현이 파워 포워드로 경쟁력을 발휘했지만 이승현 같은 파워 포워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승현은 197cm의 키로 센터를 맡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외곽 슛 능력을 키워 파워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다.

현주엽 위원은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고 편한 농구를 하고 싶고, 프로에 가서 빛이 나는 포지션에서 뛰고 싶다는 태도가 4번 자리를 자연스럽게 덮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은 “국제 대회에서는 4번 포지션의 선수층이 가장 두꺼워야 하는데 지금 국내 농구는 아예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며 아쉬워했다.

파워 포워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승현과 동갑이자 맞수인 삼성의 김준일이 밖으로만 돌지 않고 파워 포워드로 더 치열하게 농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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