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母 “이지영이 공 잘 맞히던데, 와 바깠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4일 05시 45분


삼성 류중일 감독을 키운 팔순의 노모는 아들 못지않은 야구박사다. 류 감독이 13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어머니에게 “잘 치는 이지영을 왜 바꿨느냐”고 혼난 사연을 공개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류중일 감독을 키운 팔순의 노모는 아들 못지않은 야구박사다. 류 감독이 13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어머니에게 “잘 치는 이지영을 왜 바꿨느냐”고 혼난 사연을 공개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감독 대타작전 실패에
야구팬인 팔순 모친이 한소리

“팔순 모친한테 욕 마이(많이) 뭇다(먹었다).”

삼성 류중일(52) 감독은 13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이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어머니 집에 들러 점심을 먹은 뒤 야구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한소리를 하더란다. “야야∼, 어제 이지영이 공 잘 맞히던데, 와 바깠노(왜 바꿨니)?”

12일 대구 한화전. 삼성은 4회초 3점을 내주며 1-3으로 역전을 당했다. 그리고 곧 이은 4회말 1사 만루 황금찬스를 잡았다. 상대 마운드는 좌완 임준섭에서 언더핸드 정대훈으로 교체됐다. 승부처라 판단한 류 감독은 우타자 이지영을 빼고 좌타자 우동균을 대타로 투입했다. 그런데 우동균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다음타자 김재현도 삼진을 당하면서 1점도 빼내지 못했다. 결국 4-5로 1점차 패배를 당했으니 어머니도 4회 이지영을 뺀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모양이다.

류 감독은 “모친한테 혼나고 할 말을 잃었다. 그냥 웃어버렸다”고 말해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늘 말하지만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지영이가 홈런을 칠 수도 있고,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동균이 외야플라이 하나 칠 줄 알았지. 확률 높은 것 택했다”며 전날 대타 투입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류 감독은 다시 “내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했는데, 모친은 그때부터 모든 경기에 다 응원 오셨다. 한 3000경기는 보셨겠다”며 “젊으셨으면 지금도 매일 야구 보러 야구장에 오셨을 텐데, 이젠 집에서 거의 모든 경기를 TV로 보신다. 집에서 하실 일이 뭐 있겠노. TV 보시면서 ‘이겨라, 이겨라’ 하겠지. 우리 엄마가 전문가다”고 소리 쳐 다시 한번 덕아웃에 폭소탄을 터뜨렸다.

‘야통’은 어머니의 ‘호통’이 기억에 남은 것일까. 13일 대구 한화전 2회말 무사 1·2루서 7번타자 박해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1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8번타자 이지영은 가볍게 좌전적시타를 때리며 선제 타점을 올렸다.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를 날리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야통’의 어머니가 더 전문가인 모양이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