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통산 100승 좌완투수, 왜 2명뿐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9일 05시 45분


삼성 장원삼(왼쪽 3번째)이 7일 대구 롯데전에서 역대 24번째로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한 뒤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완으로는 은퇴한 송진우(210승)에 이어 역대 2번째로 100승 고지에 올랐을 정도로 왼손잡이 100승 투수는 쉽게 볼 수 없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장원삼(왼쪽 3번째)이 7일 대구 롯데전에서 역대 24번째로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한 뒤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완으로는 은퇴한 송진우(210승)에 이어 역대 2번째로 100승 고지에 올랐을 정도로 왼손잡이 100승 투수는 쉽게 볼 수 없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좌완선발로 롱런, 우완투수보다 불리
좌완은 중간·마무리 등 다양한 보직
우완 선발투수보다 승수쌓기 힘들어
ML서도 역대 다승 톱10 좌완 1명뿐


삼성 장원삼(32)이 8일 대구 롯데전에서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개인통산 100승은 역대 24번째다<표1 참고>. 그런데 좌완투수로는 개인통산 최다승(210승) 투수인 송진우(은퇴)에 이어 사상 2번째다. 다시 말해 역대 100승 투수 24명 중 우완이 22명이나 된다. 이렇다 보니 “장원삼 이전에 통산 100승 투수 23명 중에 왼손잡이가 송진우 1명밖에 없었느냐”며 놀라는 팬들도 많다. 왼손이 적어도 너무 적다는 뜻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일반인에 비해 높은 야구의 왼손투수 비율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왼손잡이의 비율은 약 12%라고 한다. 약 88%는 오른손잡이다. 원래 왼손잡이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약 20%를 차지하는데, 8% 정도는 후천적으로 왼손잡이에서 오른손잡이로 전환한 사례라는 것이다. 결국 왼손잡이 자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적기 때문에 100승 투수에서도 왼손잡이가 적다는 해석이 내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야구선수는 일반인에 비해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2i 집계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에 소속된 선수 중 왼손잡이(좌투 기준)는 전체 선수의 2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소속선수도 20.3%의 분포를 보였다. 투수로 한정하면 이보다 더 많다. 통산 좌투수는 전체 투수 중 23.3%를 점유했고, 올 시즌엔 좌투수가 25%에 이른다<표2 참고>.

그렇다면 통계적으로는 적어도 100승 투수 24명 중 왼손잡이가 5~6명 정도는 돼야 정상이다. 게다가 야구가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라면 좌완이 평균치보다 더 많아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100승 투수 중 좌완이 2명(8.3%)뿐이라고 하니 적어도 너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팬들이 “왼손 100승 투수가 이렇게 적었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프로야구에선 100승 이상 투수가 24명지만, 메이저리그에선 300승 이상 거둔 투수가 정확히 24명이다. 그 중 좌투수는 6명으로 25% 비율을 보이고 있다. 개인통산 승리 상위 24명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보다는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통산 최다승 1위(사이 영 511승)부터 10위(팀 키프 342승)까지만 놓고 보면 좌투수는 6위 워런 스판(363승) 단 1명뿐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통산승리 부문 최상위권에선 우완투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 왜 다승 리스트에서 왼손투수가 적을까?

야구는 기본적으로 왼손잡이가 전투에서 유리함을 가지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확실히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부문에서 좌완이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낮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야구만의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다. 해설가로도 명성을 떨친 LG 차명석 수석코치는 이에 대해 “우완투수는 한번 선발투수를 하면 웬만해선 은퇴할 때까지 선발투수로 남는 사례가 많지만, 좌완투수는 구위가 조금만 내려가면 불펜으로 활용된다. 나중에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보직이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대 특급 좌완투수 중 이상훈(71승98세이브), 구대성(67승214세이브), 조규제(54승153세이브) 등 1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투수들이 마무리투수를 맡은 사례가 많다. 송진우까지 포함해 과거 대부분의 특급 좌완투수는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야했다. 또한 해외무대에 진출하면서 KBO리그 통산 100승 달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성준(97승), 김정수(92승), 주형광(87승) 등도 좌완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불펜으로 더 많이 활용되면서 100승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들 중 몇 명만 100승 고지를 밟았더라도 100승 좌완투수의 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왼손잡이는 오히려 희소성 때문에 오른손잡이보다 승수 쌓기의 기회 부여 측면에서 불리함이 있다는 뜻이다.

역사가 깊어지면 KBO리그에서도 100승을 돌파할 좌완투수는 더 많아질 것이다. 8일 현재 통산 86승의 장원준(두산)이나 84승의 김광현(SK) 등이 대표주자다. 그러나 미래에도 KBO리그에서는 좌완이 우완에 비해 100승 클럽에 가입하는 숫자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바로 해외 무대 진출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도 좌완의 희소가치가 높다. 비슷한 기량이라면 한국의 왼손투수에 주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가까운 예로 류현진(KBO리그 98승)이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좌완 100승 투수 한 명이 유보됐고, 비록 이번엔 실패했지만 김광현이나 양현종(KIA) 등도 좌완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미국 무대에 노크를 했던 것이다. 물론 특급투수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KBO리그에서 100승이 가능한 수준의 젊은 좌완 선발투수라면 100승 달성 이전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으로 미국이나 일본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개인통산 100승 투수는 우완투수의 숫자가 계속 더 큰 비율을 차지할 듯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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