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감독의 엄살과는 달리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3-0(25-20, 28-26, 25-21)으로 꺾고 2011∼2012시즌부터 4연속,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화재는 승점 79(27승 6패)를 기록해 2위 OK저축은행(승점 65)이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승점 12점을 보태도 삼성화재를 넘을 수 없게 만들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신 감독은 “우승해서 기쁘지만 벌써 챔피언결정전 걱정이 앞선다. 어떤 팀이 올라와도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나빴다. 수년간 전력 보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레프트 박철우마저 시즌 중 군 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화재에는 특급 외국인 선수 레오와 세터 유광우가 있었다. 신 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삼성화재에서 레오와 유광우가 없었다면 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 시즌 연속 득점 선두가 유력한 레오는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 56.8%, 점유율 61.2%를 기록하고 있다. 세트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유광우도 삼성화재의 불안한 리시브(성공 횟수 7위)를 안정적인 토스로 연결하면서 팀 우승을 이끌었다. 김상우 KBSN 해설위원은 “레오는 지난 시즌까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트리플 크라운(1경기에서 서브, 후위, 블로킹 각 3득점 이상)을 이번 시즌 5번이나 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유광우는 좋은 토스로 레오가 편하게 공격하게 해 줬다”고 평가했다.
레프트 박철우의 빈자리는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며 채웠다. 신 감독은 “다른 팀보다 개개인의 실력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황동일, 고준용, 류운식, 김명진 등 선수들이 싫은 내색 없이 희생했고, 포지션을 바꾸면서도 제 몫들을 잘해 줬다”고 말했다. 류운식은 “힘들 때마다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줘 후배들은 그저 따라간 것밖에는 없다”며 웃었다.
신 감독은 “한 번은 삼성화재가 무너져야지 (감독 생활도) 끝이 날 것 같다. 나도 가끔 이쯤에서 그만둬야지 생각해도 밖에서 ‘선수도 없고 팀도 힘드니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듣기 싫어서 못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신 감독은 기쁘게 물러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신 감독은 “김세진(OK저축은행 감독), 신영철(한국전력 감독) 등 내 제자들이 날 넘어섰으면 좋겠다. 내가 가르친 배구를 하고 있는 그들이 날 이겨 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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