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ML 단장 열전] 알짜배기만 영입한 릭 한 단장, 10년 만에 WS 우승 꿈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6시 40분


■ 시카고 화이트삭스 릭 한 단장

시카고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이곳에 연고를 둔 화이트삭스는 ‘스몰 마켓’ 팀으로 분류된다. 지역 라이벌 컵스가 무려 106년 동안 우승 갈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화이트삭스에 비해 훨씬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73승에 그쳤지만, 관중 동원에서 컵스가 265만2113명으로 전체 11위를 차지한 반면 화이트삭스는 거의 100만 명 차이를 보이며 28위에 랭크됐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컵스가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 존 레스터를 영입하는 데에 성공하자 시카고 팬들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도 차지한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릭 한 단장(43)을 앞세운 화이트삭스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가장 알차게 전력보강을 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단장 승격 후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
2년간 하위권…시즌 마치고 약점 분석 돌입
사마자·카브레라 영입으로 투타 퍼즐 완성
알찬 전력보강 평가…이번 오프시즌 승자로

● 수재 에이전트

일리노이가 고향인 한 단장은 명문 미시건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 로스쿨과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수재다. 그의 첫 직장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스타인버그, 무라드&던 스포츠 에이전시로 150명이 넘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일을 했다. 2년 동안 탁월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이자 화이트삭스 구단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2000년 11월 28일부터 케니 윌리엄스(현 수석 부사장) 단장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화이트삭스로 적을 옮긴 지 불과 3개월 만에 부단장으로 승격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 협상의 달인

에이전트 출신답게 협상 능력이 뛰어난 그는 2002년 11월 폴 코너커와 3년 23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좌완투수 마크 벌리와의 장기계약은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2003시즌을 앞두고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벌리 측에서는 5년 2700만 달러를 요구한 반면 한 부단장은 마지막 해에 구단에서 옵션을 행사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선 끝에 1년 44만5000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결국 그해 시즌을 마치고 한 부단장은 3년 1800만 달러 보장에다 4년째 950만 달러와 구단이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장기 계약을 이끌어냈다. 결국 벌리가 2005년 화이트삭스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자 한 부단장은 2007년 여름 4년 5600만 달러의 조건에 다시 한 번 장기계약을 맺어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했다.

● 의리의 사나이

그를 영입하려는 다른 구단의 구애 공세가 시작된 것은 2007년부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이 단장 후보로 고려했지만 그는 아예 인터뷰조차 거절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그해 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단장 후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을 요구했다. 2008시즌을 마친 후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자 화이트삭스 구단이 거절했을 정도로 그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2010년에는 뉴욕 메츠와 LA 에인절스가 그를 단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유력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2011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단장 후보 1위로 선정됐을 정도였다. 결국 구단과 인연을 맺은 지 12년 만인 2012년 10월, 한은 화이트삭스의 단장으로 승격됐다.

● 10년 만의 우승 도전

화이트삭스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한 단장은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에 돌입했다. 그 결과 2013년에 63승, 2014년에는 73승을 올려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한 단장은 화이트삭스 약점 분석에 돌입했다. 그 결과 좌완 에이스 크리스 세일과 짝을 이룰 수준급 우완 선발, 불펜 강화, 테이블 세터 보강, 좌타 슬러거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부터 제프 사마자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2선발의 임무를 부여했다. 사마자는 컵스와 어슬레틱스에서 뛰며 7승13패에 그쳤지만 2.99의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한 우완 강속구 투수. 화이트삭스는 세일-사마자-호세 퀸타나-존 댕크스-카를로스 로돈으로 이어지는 경쟁력 있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게 됐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불펜은 뉴욕 양키스에서 마리아노 리베라를 대신해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좌완 셋업맨 잭 듀크를 영입해 해결했다. 1루수 겸 지명타자로 뛰게 될 애덤 라로시, 좌익수 멜키 카브레라와 FA 계약을 체결해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카브레라는 애덤 이튼과 함께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아 데뷔 첫 해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호세 아브레우에게 더 많은 타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5세의 노장 라로시는 4번타자로 중용될 전망이다.

한 단장의 부단한 노력으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화이트삭스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팀 통산 네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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