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진퇴양난’의 시즌 ‘신한불란’으로 극복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4일 06시 40분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7시즌 연속 우승신화를 쓴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7시즌 연속 우승신화를 쓴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겸손하게 땀 흘린 삼성화재 ‘V8’ 쾌거

여오현·석진욱 공백…시즌 중반까지 수비 불안
잘 안 되면 1000번 반복해 스스로 해답 찾아라
신치용 감독, 선수들 자발적 훈련 분위기 조성

땀 믿은 삼성화재, 1차전 패배 딛고 결국 우승


벌써 7번 연속해서 오르는 정상이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수성(守成)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은 더욱 그랬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는 고민이 많았던 2013∼2014 V리그 시즌이었다. “중반까지는 진퇴양난”이라는 4자성어로 감독은 시즌을 정리했다. 여오현이 떠났고 석진욱이 빠졌다. 신 감독을 지탱해오던 디펜스 배구의 중심이 흔들렸다. 리베로 여오현의 공백이 컸다. 이강주를 FA선수로 영입해 석진욱의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전략은 여오현이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FA선수로 떠나면서 처음부터 어긋나버렸다.

● 진퇴양난의 시즌 초중반

3년 주기로 찾아오는 위기였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시즌 중반까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이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신 감독은 털어놓았다. 이후 새로운 길을 찾았다. 4라운드를 앞두고 대한항공과 트레이드를 통해 길을 열었다. 여전히 수비는 흔들렸다. “예전에는 우리 선수들을 믿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지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뒤집는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이번은 아니었다”고 했다.

7번의 연속우승 가운데 신치용 감독이 기억하는 가장 어려웠던 때는 4년 전이었다. 마침 상대는 김호철 감독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이었다. 7차전까지 총력전이었다. 2010년 4월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운명의 대결.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겨 간신히 우승을 차지했다.

V리그에 데뷔한 가빈이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결정을 내줬지만 이면에는 신치용 감독의 결단이 있었다. 5세트를 앞두고 신 감독은 당시 팀이 주전세터였던 최태웅을 빼고 유광우를 투입했다.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었다. 선수들의 그 결정에 의아해 했으나 신 감독은 태연하게 지시했다. “가빈이 10점만 내면 이긴다. 상대가 실수 몇 개는 할 것이고 나머지는 블로킹으로 막으면 우리가 이긴다.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결국 그대로 됐다. 다음 시즌에는 꼴찌에서 출발해 우승까지 내달렸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을 믿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후반기에 치고 올라가는 기세가 대단했다. 선수들의 눈빛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느껴졌다. 그런 상황이 오면 최소한 지지는 않겠다는 확신이 선다”고 했다.

● 신한불란의 2013∼2014시즌 막판

방법이 없었다. 선수들을 더욱 혹독하게 조련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리시브가 불안했던 이강주는 야간훈련을 해야 했다. “경기에서 문제가 나왔는데 그것을 지금 해결하지 않고 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코치들을 다그쳤다. 선수 모두에게 흘리는 땀만 믿으라고 했다. 남들과 같은 24시간을 보내는 삼성화재다. 훈련이 다른 팀과 비교해서 엄청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바로 집중력이고 자발과 자율이라는 단어였다.

“예전에는 훈련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른 팀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 다만 훈련 시간에 더 집중하고 감독이 지시해서 하는 훈련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하는 훈련의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그런 훈련을 할 수 있게 분위기만 잡아줬다. 전술이니 기술적인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인생의 선배로서 후회하지 않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지침이 되는 말만 해줬다.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 벽에 걸린 글귀가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겸병필승(謙兵必勝·겸손하면 반드시 이긴다)이었다. 겸손하게 승리를 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기대 이상으로 선수들이 시즌을 잘 마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용의 눈을 찍는 일이 기다렸다.

● 첫 경기의 패배 충격을 딛고

3월28일 1차전에서 허무하게 0-3으로 졌다. 상대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우왕좌왕하다 졌다. 시즌 들어 최악의 경기였다. 역시 수비가 문제였다. 내심 불안하게 생각해오던 것에서 결국 탈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2차전을 이긴 것이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다. 첫 세트와 4세트에서 듀스까지 끌려가는 악전고투 끝에 이겼다. “이렇게 경기하면 내 명대로 못 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신 감독에게는 내공이 있었다. 믿는 것이 있었다. 바로 땀이었다. 선수의 기량이 아니라 그동안 코트에서 흘려온 선수들의 수많은 땀을 감독은 믿었다.

“스포츠는 근육의 기억이다. 머리로만 운동을 하면 감독인 내가 경험이 많으니까 잘하겠지만 선수는 몸이 기억해야 한다. 어떤 동작이 안 되면 1000번을 반복해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더 훈련해야 길이 보인다”고 했다. 신치용 감독은 땀과 1만 번 반복훈련의 신봉자다. 정상은 항상 외롭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기가 쉽지 않기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마다 버텨야 한다. 땀과 버티기, 기본은 신치용 감독의 3대 키워드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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