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달려도 굳어있던 ‘우리’ 감독님, 얼굴 활짝 펴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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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내내 앓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43)이 2일 하루만큼은 활짝 웃었다. 우리은행은 이날 안방 춘천에서 신한은행을 84-66으로 꺾고 24승(7패)째를 챙겨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팽팽하던 경기는 3쿼터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퇴장당하면서 급격히 우리은행 쪽으로 기울었다. 신한은행은 4쿼터 백업 멤버를 내보내며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신한은행이 진 11경기에서 (자신에게 퇴장을 명령한) 임영석 심판이 관여한 경기가 5경기나 된다”며 판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남은 4경기에서 우리은행이 모두 패하고 2위 신한은행(20승 11패)이 전승을 거두면 두 팀의 승률이 같아지지만 정규리그 1위는 맞대결 전적(5승 2패)에서 앞서는 우리은행 몫이다. 위 감독은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넘겼다. 신한은행에 먼저 4승을 따내며 상대전적에서 앞서게 돼 지난 시즌보다 여유가 조금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은 25일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직행했다.

○ 누가 ‘운장(運將)’이라고 했나


위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지난해 신한은행의 7년 연속 통합 우승을 저지하면서 우리은행을 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선뜻 그의 지도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4년 연속 꼴찌 팀에 통합 우승을 안겼는데도 ‘운이 좋은 감독’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외국인선수(티나 톰슨)를 잘 뽑은 덕에 편하게 경기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톰슨은 지난 시즌 평균 21.6득점, 1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급 외국인선수 톰슨은 KDB생명이 이번 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데려갔다. 우리은행은 전체 4, 8순위의 외국인선수를 뽑았다. 이마저도 4순위 선수가 개막 전에 은퇴를 선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급하게 대체 선수를 뽑아야 했다.

잘나가는 외국인선수가 없는데도 위 감독은 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신한은행과의 개막전부터 내리 9연승을 달리면서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이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그런데도 이날 전까지 위 감독은 늘 앓는 소리를 했다. 시즌 중 인터뷰 때는 “이겼지만 경기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항상 우는 소리를 했다. 만족을 모르는 한도 끝도 없는 욕심이 위 감독을 ‘명장(名將)’의 반열로 이끌었다.

○ ‘수훈갑’ 박혜진

‘정규리그 2연패의 수훈갑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위 감독은 “고참부터 막내까지 다같이 고생한 선수들인데…”라며 처음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곧 “지난 시즌에 비해 외국인선수들이 약해졌다. 경기 막판 이들이 했어야 할 해결사 역할을 박혜진이 많이 해줬다. 질 뻔했던 경기를 혜진이가 뒤집은 게 예닐곱 번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혜진(15득점 7도움)은 이날까지 평균 득점(13.39득점·5위), 3점슛 성공(68개·1위), 자유투 성공률(0.949·1위), 평균 출전시간(37분10초·2위), 공헌도(844.1·4위)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만능 플레이어 역할로 팀의 정규리그 2연패를 이끈 박혜진은 “자유투로 관심을 받을 땐 3점을 던지는 게 나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잘 들어가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춘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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