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강렬… 우아… 치명적 유혹, 여왕의 탱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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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김연아의 21일 새벽 프리 프로그램

미리 보는 김연아의 프리 연기
《 여인의 향기가 한층 진해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관능적인 몸짓을 감상할 시간이다. 대관식을 치렀던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그는 갓 피어난 꽃이었다. 24세가 된 지금 김연아의 키는 1.5cm가량 컸고 젖살은 빠졌다. 그는 21일 0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아디오스 노니노(아버지여, 안녕)’를 통해 김연아만 연기할 수 있는 빙판 위의 탱고를 선보인다. 김연아의 탱고 스텝이 당신을 유혹한다. 》

김연아의 ‘승부수’는 탱고다. 프리 프로그램 ‘아디오스 노니노’는 탱고 음악뿐 아니라 실제 탱고 스텝이 반영돼 있다. 탱고 전문가인 레오 정 한국탱고아카데미 대표가 김연아의 탱고 스텝을 분석해봤다.

탱고는 ‘발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발을 많이 사용하는 춤. 김연아의 탱고 스텝은 초중반에 집중돼 있다. 첫 동작은 엔로스케(Enrosque). ‘칭칭 감다’라는 뜻으로 한 발의 발등으로 다른 발목 뒤에 꼬아 붙이는 동작이다. 스케이트날 때문에 발목 뒤에 꼭 붙이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밀착해 표현한다. 야무지게 조이는 느낌을 줘 단호함을 부각시켰다. 점프나 턴이 더 강하고 우아하게 보일 수 있게 대비시키는 효과도 있다. 바로 이어서 나오는 스텝은 발길질이라는 의미의 볼레오(Voleo)다. 한 발로 다른 발을 둥글게 감는 듯하면서 가볍게 차는 동작이다. 앞으로도 감을 수 있고 뒤로도 할 수 있다. 김연아는 왼발로 한다.

갈고리라는 뜻의 간초(Gancho)도 눈여겨볼 동작. 원래 간초는 파트너의 다리 사이, 자신의 등 뒤로 다리를 높이 차 올리는 동작이다. 여성 무용수가 남성 무용수 다리 사이로 간초를 하는 것은 성적인 의미를 지닌다. 남성끼리 할 때는 투쟁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김연아는 왼발을 뒤로 크게 들어 올린다. 보통 뒤로 간초를 할 때 발끝이 어깨높이까지 올라가지만 김연아는 엉덩이 높이까지 올라간다. 스케이트를 신고 할 수 있는 최대 높이다. 정 대표는 “김연아의 볼레오와 간초 발놀림은 전문 탱고 댄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동작은 포옹이라는 의미의 아브라소(Abrazo). 탱고에서는 상대방을 안아서 끌고 가는 동작이다. 김연아는 혼자 추기에 두 팔을 옆으로 뻗은 채 스텝을 밟는다. 김연아의 장점인 강렬한 표정 연기도 함께 볼 수 있다.

탱고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만든 명곡 ‘아디오스 노니노’는 원래 6분이 넘는다. 피아졸라는 즉흥연주를 많이 넣어 10분 넘게 연주하기도 했지만 올림픽에선 규정시간(4분 10초)에 맞춰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해 편곡했다. 정 대표는 “파트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한 발로 선 채 탱고 스텝을 표현하려면 고도의 균형 감각과 기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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