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PGA 1년, 자신감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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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7시 00분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 PGA 웹닷컴투어 Q스쿨을 공동 22위로 통과한 김시우가 지난 1년 동안의 미국 무대 경험을 살려 2014년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CJ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 PGA 웹닷컴투어 Q스쿨을 공동 22위로 통과한 김시우가 지난 1년 동안의 미국 무대 경험을 살려 2014년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CJ
■ 김시우의 PGA 투어 도전 스토리

작년 PGA Q스쿨 역대 최연소 합격
만 18세 안돼 PGA 투어 출전 제한

실력·경험 쌓으려 웹닷컴 투어 노크
월요예선 통해 대회 출전 기회 잡아
내년에도 ‘미스터 먼데이’ 힘찬 각오

남자골프의 차세대 에이스 김시우(18·CJ오쇼핑)가 2014년 PGA 웹닷컴 투어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김시우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 웨스트 골프장에서 끝난 웹닷컴투어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에서 공동 22위(16언더파 416타)에 올라 내년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PGA Q스쿨에서 17세5개월6일의 나이로 최연소 합격 기록을 세웠던 김시우는 2회 연속 Q스쿨을 통과하면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 최연소 합격, 그러나 출전 제한

김시우는 작년 1월 PGA Q스쿨 사상 역대 최연소 합격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만 18세 이상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묶였다. 17세5개월6일에 불과했던 그는 만 18세가 되는 6월28일까지 PGA 투어 출전이 제한됐다. 최연소 합격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반쪽 선수가 되고 만 것이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초청을 받아 대회에 나가거나 아니면 나이 제한이 없는 월요예선(먼데이)을 통과해 출전 기회를 잡아야 했다.

3월까지 2개 대회의 초청을 받아 PGA 투어 AT&T 내셔널과 푸에르토리코오픈에 출전했다. 그러나 처음 접해보는 PGA 무대가 낯설었다. 적응도 쉽지 않아 컷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김시우는 방향을 틀었다. PGA 투어가 아닌 웹닷컴(2부) 투어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기로 마음먹었다. PGA 투어에 합격한 선수가 웹닷컴 투어에 출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출전하는 것만큼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김시우는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무엇보다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했다”고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최연소 PGA 합격이라는 영광은 뒤로 미뤄 놨다. 그리고 4월부터 웹닷컴 투어의 월요예선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대회를 앞두고 월요일 열리는 예선전은 상위 2∼3명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마지막 관문이다. 대회 당 평균 120명 정도가 출전하는 만큼 경쟁을 뚫기 쉽지 않다.

김시우는 월요예선을 4번이나 통과했다. 덕분에 별명도 얻었다. 웹닷컴 투어에서 김시우는 ‘미스터 먼데이’로 통했다.

김시우의 부친 김두영 씨는 “월요예선이 펼쳐지는 곳이라면 미국 어디라도 달려갔다. 투어 관계자들은 월요예선을 연속해서 통과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엄지를 세워 축하해줬다. 그리고 ‘미스터 먼데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라고 말했다.

● 운명을 건 7월, 아찔했던 순간

6월28일 마침내 만 18세가 됐다. 7월7일 개막한 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이 공식 데뷔전이 됐다.

기다림이 길었던 탓일까. 기대와 달리 성적이 나지 않았다. 7월 4개 대회, 그리고 8월 2개 대회까지 총 6번의 PGA 투어에서 모두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시우는 “성적 부진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너무 아쉽다”라며 말을 아꼈다. 경험 부족과 내일을 보장받지 못한 불안한 투어 생활이 가장 큰 악재였다.

미국 생활은 고달팠다. 항공티켓을 구하는 일부터 숙소, 식사는 물론 대회 코스에서의 연습라운드까지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실수도 많았다.

7월 말 열렸던 PGA 투어 캐나다오픈에서의 일이다.

대기선수였던 김시우는 짐을 싸 캐나다로 날아갔다. 그러나 대회 개막이 다가와도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회 전날까지 기다리다 오후에 다시 짐을 싸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 거의 다다랐을 때 노승열(22·나이키골프)의 친누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엔트리가 다시 발표됐는데 시우가 포함됐어요. 빨리 골프장으로 오세요.”

전화를 받은 부친 김씨와 김시우는 다시 차를 돌려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마지막 출전 기회를 얻었다.

돌아오는 길, 또 한번 힘든 일을 겪었다. 비자 문제로 캐나다의 온타리오 공항 출입국사무소에서 5시간 동안 머무는 소동을 겪었다.

부친 김씨는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동했다가 돌아오는 비자가 잘못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처음에는 무슨 문제인지 몰라 허둥대다가 뒤늦게 통역관이 오면서 겨우 해결됐다. 하마터면 국제미아가 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모든 게 경험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다.

2014년은 기대가 크다. PGA 투어가 아닌 웹닷컴 투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뛰어야 하지만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경험도 쌓였고 불안했던 투어 생활도 청산됐다.

김시우는 “2014년엔 다를 것이다. 1년 간 PGA와 웹닷컴 투어를 경험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허송세월이 아니었다는 것을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시우의 도전은 계속된다. 내년 1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2013∼2014년 PGA 투어의 월요예선에 나갈 계획을 세웠다. 첫 도전은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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