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기자의 그린다이어리] 배상문 “스폰서 계약 실패 덕에 PGA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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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4일 07시 00분


배상문. 사진제공|KPGA
배상문. 사진제공|KPGA
배상문,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 우승 비화

PGA 투어 2년, 성공적인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배상문(27·캘러웨이·사진)이 국내 팬들 앞에서 3년 4개월(국내 대회)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13년을 마무리했다. 시즌을 되돌아본 배상문은 5월 PGA 투어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 우승을 가장 큰 성과로 손꼽았다. 그런데 우승 뒤에 엄청난 비화가 존재했다.

4월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 출전에서의 일이다. 배상문은 국내 굴지의 기업인 A사로부터 서브 스폰서 제안을 받았다. A사는 1년 전에도 배상문에게 스폰서를 제안했었다. 당시는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이번엔 적극적이었다.

배상문 역시 제안이 반가웠다. 2012년 미국 진출과 함께 세계적 골프용품업체인 캘러웨이골프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지만 별도의 서브 스폰서가 없었던 터라 A사의 제안에 들떠 있었다. 계약은 급물살을 탔다. 계약금에 큰 이견이 없었고 기타 조건까지 얘기가 술술 풀렸다. 그런데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일이 갑자기 틀어졌다. 계약은 없었던 일이 됐고 배상문은 실망감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전화위복이 됐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끝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배상문은 PGA 투어에 집중했다. 그리고 2주 뒤 낭보를 전해왔다. 5월 19일(현지시간) 끝난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꿈에 그리던 PGA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선수로는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3번째 PGA 우승이었다.

운도 따랐다. 만약 배상문이 A사와 계약을 했더라면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없었다. A사와의 계약 내용 중에는 5월 국내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대회와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이 같은 기간(5월16∼19일) 열렸다. 그러니 A사와 계약했더라면 배상문의 PGA 첫 우승은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배상문은 “계약이 불발됐을 때는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그 일이 내겐 행운이었던 것 같다. 서브 스폰서는 날아갔지만 대신 첫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라며 웃어 넘겼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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