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벤치의 지동원과 벤치의 박주영 다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0월 1일 07시 00분


홍명보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0월에 열릴 예정인 브라질과 말리와의 평가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홍명보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0월에 열릴 예정인 브라질과 말리와의 평가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브라질전 명단 발표…홍명보감독 원칙론을 파해치다

수개월 결장 박주영, 경기력 문제 제외
소속팀 주전경쟁 지동원·윤석
영엔 기회
“지나치게 원칙론자로 비춰지는 점 부담”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10월12일 브라질(서울), 15일 말리(천안)와 평가전에 나설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9월30일 발표했다. 소속 팀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박주영(아스널)과 지동원(선덜랜드),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박주영은 제외됐고, 지동원과 윤석영은 부름을 받았다.

홍 감독이 그동안 “소속 팀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뽑는 것이 원칙이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기에 이번 발탁을 놓고 그 원칙론이 유연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 감독은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지나치게 원칙론자처럼 비춰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무조건 원칙에 얽매이면 팀에 해가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원칙 때문에 피해가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 나무 말고 숲을 보자

중요한 것은 홍 감독이 왜 대표팀 선발의 가이드라인 중 하나로 ‘소속 팀 출전’이라는 원칙을 정했느냐다. 답은 간단하다.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일정 기량 이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셀타비고(스페인) 시절이던 2013년 4월 이후 공식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올 시즌 팀의 1군 스쿼드에 겨우 포함됐지만 여전히 출전은 요원하다. 9월26일 웨스트브롬위치와 리그 컵 때 18명 출전명단에 포함된 게 전부다. 그나마도 뛰지 못했다. 박주영 아니라 천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도 5개월 째 벤치만 달구면 경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동원과 윤석영은 조금 다르다. 지동원은 올 시즌 4경기(리그3, 리그 컵1), 윤석영은 3경기(리그1, 리그 컵2)를 각각 뛰었다. 지동원은 2경기는 선발, 2경기는 교체였고, 윤석영은 3경기 모두 풀타임이었다. 물론 두 선수도 9월 들어서는 아직 1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힘겹게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박주영처럼 장기간 개점휴업 중인 상황은 아니다. 소속 팀 출전은 비록 들쑥날쑥해도 현 시점에서 대표팀에 뽑힐만한 기량을 갖고 있다는 게 홍 감독의 판단이다. 이들이 대표팀에 와서 자신감을 되찾아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소속 팀과 본인, 대표팀 모두 ‘윈-윈’이다. 물론, 반대로 태극마크를 달고도 여전히 헤맬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선발 때 홍 감독이 이 부분을 고려하면 된다.

홍 감독도 “박주영은 수개월 째 경기를 못해 분명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지동원은 소속팀 경기에 나가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할 몸 상태다. 용기를 줘서 소속팀에 돌아가 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윤석영은 출전은 못하지만 훈련을 통해 상대에 따른 대응, 필요도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우리는 지금 ‘원칙’이라는 나무에 가려 정작 ‘기량’이라는 숲은 못 보고 있다. 홍 감독의 손가락이 아니라 그가 가리키는 달을 봐야할 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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