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의 ‘믿음 야구’ 탄생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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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30일 07시 00분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난해 1419일만의 선발 등판 정현욱 회고
무실점 호투 중 위기…교체했다 되레 패전
선발 투수 최소 5회까지 맡기는 원칙 생겨

삼성 류중일(50·사진) 감독은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야구계의 격언을 뒤집는 지도자다. 취임 이후 선수들에게 한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대한 선수들의 성적을 배려해주려고 애쓰기도 한다. 26일 대구 넥센전이 좋은 예. 삼성이 일찌감치 6-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선발 배영수가 5점을 내줘 턱밑까지 쫓겼다. 그러나 5회초 2사 1·3루서 배영수를 교체하지 않고 기회를 줬다. 배영수는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개인통산 110번째 승리를 챙겼다. 류 감독은 “선수에게 중요한 승리였다. 평소에도 최대한 선발투수들이 5회까지 던지게 하는 게 내 지론”이라고 밝혔다.

이런 생각을 굳힌 계기가 있다. 류 감독은 “여전히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딱 한번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6월 8일 문학 SK전. 당시 삼성 소속이던 불펜투수 정현욱(LG)은 선발 윤성환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1419일 만에 선발 등판했다. 삼성이 1-0으로 앞서는 동안 정현욱도 5회말 2사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후 안타 2개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다. 류 감독은 “중간에 나가던 투수라 투구수가 너무 많은 게 마음에 걸렸다. 고민하다 결국 이우선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정현욱은 패전을 떠안았다.

그날을 떠올리는 류 감독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만약 무실점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역전이 되니 정말 후회가 막심했다”며 “차라리 ‘그동안 고생한 정현욱에게 직접 막을 수 있는 기회라도 줄 걸’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덕장’ 류 감독이 또 한번의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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