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아리랑볼에 LG 타선 흐느적

  • 동아일보

80km 공으로 6회 1사까지 3실점 6승
안태영 2안타… 넥센, 삼성 8연승 저지

“팬들은 ‘왜 저렇게 느린 공도 못 치냐’고 할지 몰라요. 하지만 야구를 향한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습니다.”

은퇴한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톰 글래빈(47)이 2001년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글래빈은 있는 힘껏 공을 던져도 시속 140km를 넘기기가 쉽지 않던 투수였다. 그러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5승(203패)을 거뒀고, 타자 2607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빼어난 제구력과 상대 타자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전’에 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투수는 차가운 기계인 스피드건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있는 타자를 상대한다. 꼭 빠른 공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속구처럼 팬들의 마음을 빼앗는 무기는 없다. 야구장 전광판에 시속 160km를 찍을 수 있는 투수는 그 속도 하나만으로도 팬들 가슴을 들끓게 만든다.

그러나 공이 느리다고 뒤처지거나 모자란 건 아니다. 이길 줄만 안다면 파이어볼러가 아니라 ‘모닥불러’도 아무 상관없다. 그게 두산의 ‘중고 신인’ 유희관(27)이 올 시즌 자기 이름을 빛내고 있는 방식이다. 유희관은 강속구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시속 80km대의 변화구가 사실상 주무기다. 하지만 28일 경기에서 LG 타선을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6승째를 챙기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넥센이 7연승 중이던 삼성을 5-2로 꺾은 대구에서도 늦깎이의 활약이 빛났다. 전날 경기에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로는 프로야구 1군 무대 첫 번째 홈런을 기록했던 넥센 안태영(28·외야수)은 이날도 2루타 하나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마산에서는 NC가 9회에만 4실점하며 결국 8-4로 패했다. NC는 이로써 지난달 30일 두산 경기부터 계속됐던 ‘안방 8연승’을 마감했다. 사직에서는 롯데가 SK에 9회초 3점을 내주며 3-4로 역전패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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