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스페인도 뚫지 못할 압박수비… 한국형 전술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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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 월드컵팀 감독 취임회견
“우리 선수들 공 잘 뺏고 잘 뺏겨… 공 오래 소유하는 조직력 키울것
‘홍명보의 아이들’도 철저히 검증… 박지성 대표 복귀, 본인 의지에 달려”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를 강조한 홍명보호의 슬로건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 감독(44)이 ‘단합된 정신’과 ‘한국형 전술’을 통해 대표팀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25일 경기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페인 선수도, 독일 선수도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에 한국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표팀의 ‘승패’보다 ‘변화된 모습’일 것”이라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전술의 큰 그림에 대해 밝혔다. 홍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공을 굉장히 잘 뺏는 반면 상대에게 공을 굉장히 잘 빼앗긴다는 단점이 있다. 공을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조직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강한 압박축구를 통해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해도 쉽게 뚫리지 않는 수비력을 갖추겠다고 했다. 전체적인 전술의 틀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당시 홍명보호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감독은 성실성과 희생정신을 가진 선수를 발탁하겠는 뜻을 내비쳤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그가 키워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과거가 미래를 보장해 줄 수는 없다. 그들의 1년 전과 1년 후의 경기력을 모두 분석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퀸스파크 레인저스) 복귀론’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말까지 약 5개월 동안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 밑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홍 감독은 개인주의가 강한 외국 선수들을 보며 한국 선수들의 훈련 태도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함께할 기회가 온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도록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한국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도 홍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네가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 내가 수석코치를 하겠다’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대표팀 제의가 들어오면 네 주변의 모든 상황을 냄비에 넣고 끓여봐라. 거기서 나온 결과물에 걸림돌이 있으면 사령탑을 맡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끓여봤더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다”며 웃었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브라질 월드컵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성적에 따라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2년’이라는 기간은 홍 감독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었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더 좋은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장기 계약을 할 경우 간절한 마음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협회에 2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1년이라는 짧은 본선 준비 기간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성공의 비결은 안 좋은 상황을 잘 활용하는 데 있다.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홍명보#월드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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