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은 방망이 호주 잡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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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대표팀 2차전 6-0 완승 1승1패
“타도 한국” 벼르는 대만과 5일 결판

대만의 여자 태권도 스타 양수쥔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전혀 관계없을 것 같지만 대만 현지 분위기는 다르다. 양수쥔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규정 위반으로 실격당한 뒤 한국 경기위원의 농간이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됐었다.

4일 한 대만 방송은 WBC 소식을 전하다 갑자기 양수쥔이 아시아경기 도중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방영했다. 곧바로 대만 팬들의 격정 토로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한국을 꼭 쳐부수자” “그동안 당했던 치욕을 갚아주자” 등 격한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5일 오후 8시 반부터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 구장에서 열리는 한국-대만의 WBC B조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대만은 한국에 다걸기(올인)를 선언했다. 이미 2승을 거둬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셰청헝 대만 감독은 “2승을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번에야말로 (한국에) 복수할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4일 호주를 6-0으로 완파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5일 대만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같은 날 한국-대만전에 앞서 열리는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최약체 호주를 이긴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대만은 그동안 ‘타도 한국’을 목표로 착실히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일본에서 열린 1, 2회 대회에서 줄곧 한국에 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대만은 이번에는 아예 WBC 1라운드를 안방으로 가져왔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선수 구성도 빈틈을 찾기 힘들다. 왕젠민(전 뉴욕 양키스)과 궈훙즈(전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거다운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팀을 찾지 못한 둘은 이 대회를 통해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노리고 있어 더욱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만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예전처럼 힘만 좋고 세기(細技)에는 약하지 않다.

이번 대회에 맞춰 일찌감치 페이스를 끌어올린 것도 대만이 잘나가는 이유다. 대만 선수들은 한창 시즌 중인 것처럼 몸놀림이 가볍다. 궈훙즈, 천훙원(시카고 마이너), 청런훠(산민고) 등은 벌써부터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5일 한국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왼손 투수 양야오쉰이 선발 등판한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양야오쉰은 지난해 주로 불펜 요원으로 뛰며 2승 3패에 평균자책 1.48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 온 대만에 비해 한국은 선수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만전에 장원준을 선발로 내세운다. 4일 호주전에서 장단 11안타를 터뜨리며 회복세를 보인 타선이 대만의 두꺼운 투수진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타이중=이헌재 기자 uni@donga.com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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