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버디, 기죽은 여제… 신지애 호주여자오픈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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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 러프서 로브샷 그대로 홀에 쏙
리디아 고 3위

14번홀(파4). 신지애(25·미래에셋)의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크게 감겼다. 볼을 쫓는 신지애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볼은 그린 왼쪽 언덕 러프로 떨어졌다. 볼 옆에는 광고판까지 있어 스탠스를 잡기에도 신경이 쓰였다. 깃대마저 그린 왼쪽 끝부분에 꽂혀 있었다.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12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16언더파로 내려앉아 마음마저 편치 않은 상태였다. 반면 신지애보다 세 조 앞서 출발한 세계 1위 쩡야니(24·대만)는 17번홀에서 이날의 7번째 버디를 잡아내며 16언더파로 신지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로브 샷을 홀에 붙여 파세이브를 못하면 선두 자리는 쩡야니에게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신지애의 클럽을 떠난 볼은 에지 부분에 떨어진 뒤 내리막을 타고 홀로 빠져 들어갔다. 믿기지 않는 버디의 순간, 승부는 끝났다. 신지애도 경기 후 “나도 정말로 놀랐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지애가 2013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17일 호주 로열 캔버라 골프장(파73·6679야드)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2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이날만 이글 1개를 포함해 7언더파를 몰아치며 맹추격전을 벌인 쩡야니와는 2타 차. 이번 우승으로 신지애는 LPGA투어 통산 11승째를 기록했다. 반면 신지애와 함께 ‘챔피언 조’로 나서며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뉴질랜드 한국계 골퍼 리디아 고(16)는 3타를 잃으며 14언더파로 단독 3위에 그쳤다.

전날까지 17언더파로 리디아 고와 공동 선두를 이룬 신지애는 이날 1번홀(파5)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상쾌한 출발을 했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더블 보기를 낸 리디아 고를 3타 차로 밀어내며 단독 선두에 나선 신지애는 이후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14번홀에서 결정적인 로브 샷 버디로 쩡야니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하지 않은 신지애는 1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쩡야니와의 격차를 2타로 벌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신지애는 “날씨가 좋지 않아 경기하는 데 어려웠다. 이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 기회가 있었는데, 못 살려 아쉬웠었다. 하지만 이번엔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제니 신(21)은 7언더파 285타로 공동 18위에, 호주 교포 오수현(17)은 6언더파 286타로 공동 28위에 각각 올랐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신지애#청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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