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신인왕 0순위 GS칼텍스 이소영 “공이 크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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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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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밖에 모르는 바보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이소영은 올 시즌 신인왕 후보 0순위다. 그의 활약 덕분에 팀은 외국인 선수 베띠의 부상 공백에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용인시 강남대 목양관에서 만난 ‘배구 바보’ 이소영이 배구공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이소영은 올 시즌 신인왕 후보 0순위다. 그의 활약 덕분에 팀은 외국인 선수 베띠의 부상 공백에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용인시 강남대 목양관에서 만난 ‘배구 바보’ 이소영이 배구공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용인=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주먹 소영’(주먹으로 공을 때리는 일이 많아서), ‘아쉽 소영’(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공격이 많아서), ‘고딩 소영’(소속팀 이선구 감독이 작전타임 중 “소영아, 여기는 고등학교가 아니야”라고 말해서), ‘첫끗 소영’(경기 첫 공격 시도가 블로킹에 자주 막혀서) 등등.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이소영(19·176cm·전주 근영여고 졸업 예정)은 아직 프로에서 10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거의 매 경기 별명을 새로 얻고 있다. ‘김별명’ 김태균(프로야구 한화) 수준의 별명 생산력이다. 》
쌓이는 것은 또 있다. 실력이다. 이소영은 2012∼2013 프로배구 정규시즌 3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15.8점(총 79점·8위)을 올렸다. 팀 내에선 한송이(81점)에 이어 2위. 3라운드 MVP 투표에서는 공동 2위(4표)에 오르기도 했다. 신인상이 점점 눈에 보인다. 이소영의 활약으로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베띠의 부상 공백에도 2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별명과 달리 이소영은 사실 좀 재미없는(?) 신인이다. 아이돌 그룹도 별로 안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기억도 못한다. 남자친구도 ‘아직’이다. 학창 시절 제일 아쉬웠던 건 “중학교 때 (김의성) 감독님이 지도자상 수상 못하신 것, 고등학교 때 전국체육대회 우승 못한 것”이란다. 선망의 대상은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연경(터키 페네르바흐체) 같은 배구 선배뿐. 배구를 빼면 야구모자 수집이 유일한 취미다. 7일 경기 용인 연습장에서 ‘배구밖에 모르는 바보’ 이소영의 프로 적응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9일 도로공사 경기에서 감독님이 ‘고딩 소영’ 유래가 된 명언을 남기셨다.

“한마디로 욱했다. 감독님도 내가 할 수 있는데 못하니까 그런 말을 하셨던 것 같다. 그날은 서브 넣다가 심판 선생님을 때리기도 했다.(서브를 넣은 공이 네트에 맞고 심판 쪽으로 날아갔다)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럴 때 잡생각을 빨리 떨쳐내는 법을 배워야 진짜 프로 선수가 될 것 같다.”

―덕분에 인기는 올랐다. 인터넷에는 벌써 팬 사이트도 생겼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팬 사이트를 봤다. 정말 신기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별명이 많은 건 몰랐다. 모두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플레이였다. 고등학교 때는 팔이 길다고 긴팔원숭이가 별명이었다.”

―고교 때하고 가장 수준이 다른 게 있다면….

“리시브가 어렵다. 프로 언니들 공은 정말, 완전히 다르다. 어떨 때는 묵직하고 어떨 때는 가볍다. 꼬리(공이 날아오는 궤적)가 길고 짧은 것도 다 다르다. 고교 때 ‘외국인 선수 공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다르다. 경기 중에도 코트를 넓게 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리시브를 배우려 애쓰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 선수는….

“굳이 한 명을 고르라면 효진(현대건설 양효진) 언니. 그 언니 상대로 공격을 하면 다 막히는 것 같다. 수비 때도 블로킹 위로 공격이 날아온다.”

―스파이크 폼이 엉성하다는 평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다. 초등학교 때 육상(높이뛰기)을 한 게 배구 하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높이뛰기 할 때 허리를 젖히는 법을 배워 지금도 공을 세게 때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공을 끌어 때리는 버릇이 있다. 연습 때는 고친 것 같다가도 경기를 할 때는 힘이 들어가 팔이 내려온다.”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팔이 긴 것?(웃음) 잘하는 건 아니고 프로에 와서 제일 열심히 연습한 게 서브 같다. 서브 포인트 올리면 연습이 효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프로 팀 선배이자 고교 선배인 장윤희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대선배하고 비교되는 건 영광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장 선배님 플레이를 본 적은 없다.(웃음)”

―경기를 보면 선배들이 참 많이 아껴주는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보고 싶을 텐데….

“언론에서는 ‘당찬 신인’이라고 하지만 코트 위에서만 그렇다. 애교도 언니들한테만 부린다. 집에서는 무뚝뚝한 막내딸이다.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 중에서는 김지혜(단국대), 임수진(우석대)과 친하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전화하면 ‘신인이니까 실수해도 너무 기죽지 말라’면서 농담도 많이 해줘서 기분이 풀린다.”

이소영은 다음 달 6일 열리는 고교 졸업식에는 가지 못한다. 다음 날 현대건설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졸업식에 못 가면 친구들을 오래 못 볼 텐데 아쉽지 않냐고 물었다. 답은 예상대로. “괜찮아요. 신인상 타는 게 훨씬 더 좋아요.”

용인=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GS칼텍스#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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