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키스보다 절실한 아내와의 키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PGA 12승 스트리커 “1년에 10개 대회만 출전… 가족과 더 많은 시간 보내고 싶다”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좋은 코스에서 골프를 친다. 그것도 1년 내내 좋은 곳만 골라 다닌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내야 하지만 골프를 치면서 오히려 돈을 받는다. 우승이라도 하면 억대가 넘는 거액을 벌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프로 골퍼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부러움과 달리 프로 골퍼들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골퍼들은 개인 생활을 포기하면서 산다고 보면 된다.

내년 PGA 투어는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월 4∼7일)를 시작으로 43개 대회가 열린다. 프레지던츠컵이 10월 초에 열리니 1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매주 대회가 있는 셈이다. 대회는 대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하지만 주중의 나머지 3일도 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동과 연습 라운딩, 그리고 프로암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컨디션 조절차 가끔 대회에 결장할 수도 있지만 다음 해 투어 카드(출전권)를 생각하면 자주 쉴 수는 없다. 그해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면 투어 카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2부 투어에서 1년을 뛰어 좋은 성적을 내야 다시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이 정글 같은 세계에서 “1년에 딱 10개 대회에만 출전하겠다”고 선언한 선수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PGA 투어에서만 12승을 거둔 스티브 스트리커(45·미국)다. 스트리커는 최근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엔 딱 10개 대회에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싫은 건 아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에 질려 버렸다”는 게 이유다. 더 큰 이유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스트리커는 원래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아니다. 올해도 43개 대회 중 19개 대회에만 나갔다. 올해 28개 대회에 나간 재미교포 존 허에 비해 9개 대회나 덜 나갔다.

내년에 그는 마스터스와 같은 권위 있고 상금액이 큰 대회만 골라서 나갈 계획이다. 10개 대회만 나가도 충분히 상금 랭킹 125위 안에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설혹 당장 골프를 그만둬도 생활을 꾸려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프로 데뷔 후 상금으로만 3500만 달러(약 375억 원) 이상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년에 처음 출전하는 대회는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다. 이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미국)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같은 상위 랭커는 대거 불참한다. 하지만 스트리커는 올해 초 이 대회에서 우승했기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이 대회에 나서기로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어질 선수를 모셨으니 대회 스폰서인 한국 기업 현대차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PG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