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승수보다 후배들 기 살리는 게 우선… 팀 위해 우승 위해” 마음도 에이스 서재응

  • 동아일보

KIA, 호랑이 근성 찾는 중
류현진 미국서도 괴물될 것… 박찬호 선배 은퇴 아쉬워

KIA 투수 서재응은 올 시즌 2번의 완봉승을 거두며 맹활약했지만 아홉수(9승 8패)를 넘지 못했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9번 차지한 해태의 호랑이 정신을 되살려 다승왕과 팀의 우승까지 거머쥐겠다”며 활짝 웃었다. 채널A 제공
KIA 투수 서재응은 올 시즌 2번의 완봉승을 거두며 맹활약했지만 아홉수(9승 8패)를 넘지 못했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9번 차지한 해태의 호랑이 정신을 되살려 다승왕과 팀의 우승까지 거머쥐겠다”며 활짝 웃었다. 채널A 제공
“(류)현진이는 ‘괴물 아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고생 좀 할 거다. 나? 내년엔 다승왕 해야지.”(웃음)

KIA 서재응(35)은 ‘쿨’한 사나이다. 팀의 분위기 띄우는 ‘응원단장’이자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데는 실패(9승 8패)했지만 팀 내에서 가장 빼어난 투구를 했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국내에 복귀한 뒤 가장 많은 160이닝을 던졌다. 완봉승을 2번이나 했고 평균자책도 2.59로 이 부문 4위였다. 2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서재응을 만나 야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 류현진, 미국에서도 ‘괴물’

류현진은 머리가 좋다. 여우처럼 경기 운영을 잘한다. 완투 능력을 갖췄고 완급 조절까지 자유자재로 한다. 부상만 없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10∼13승은 가능하다. 미국 야구공은 한국에 비해 변화구를 던지기가 좋다.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각도가 크게 꺾인다. 류현진은 서클체인지업 등 변화구에 능해 미국 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 박찬호, 아쉬운 퇴장

박 선배는 한국 선수에게 메이저리그를 알린 선구자였다. 후배에게 더 큰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준 안내자였다. 그전에는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등장하면서 미국 프로야구를 꿈꾸게 됐다. 그런 선배가 1년만 더 뛰어주길 바랐는데 은퇴를 선언해 아쉽다.

○ 선동열, 타이거즈 정신

올해 처음 선 감독의 지휘를 받았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수시로 1, 2군 선수들을 바꿔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시즌 후반에야 선 감독이 강조한 ‘타이거즈 정신’을 알게 됐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KIA의 전신인 해태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거둔 원동력인 ‘강한 의지’를 살려 달라는 거였다. ‘선배가 먼저 뛰면 후배도 따라온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내년에 호랑이의 본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 서재응, 2012년 그리고 내년

올해 초 전지훈련을 충실히 소화했다. 몸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투구할 때 잠깐 멈추는 동작을 없애자 구속이 3∼4km 빨라졌다. 9월 들어 완봉승을 2번이나 하면서 나 스스로 놀랐다. 완봉승은 인하대 재학시절 이후 프로에서는 처음이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후배들과 뜨거운 교감을 나눴음에 만족한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온 뒤 후배들이 승리를 날렸을 때 “고개 들어라. 괜찮다”며 다독였다. 승수를 챙기는 것보다 후배의 기를 살려주는 게 팀을 위해 필요하다고 믿었다. 내년에는 팀 우승과 함께 다승왕에 도전하겠다.

○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가 2006년 제1회 WBC에서 4강, 2009년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내년 제3회 대회에서도 선전하길 원한다. 나 역시 나라에서 불러준다면 힘껏 던질 것이다.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그러나 모든 경기를 잘할 순 없다. 내년에 혹시나 지난 대회만큼 성적을 못 내더라도 따뜻한 위로를 해줬으면 한다. WBC 불참 가능성이 높은 류현진과 추신수는 내년 시즌이 중요하다. 성공이냐 실패냐가 판가름 나는 해다. 현지에서 제대로 적응하도록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재응은 “해마다 목표는 두 자릿수 승리다. 현역으로 4, 5년은 더 뛰고 싶다”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더이상 공을 던질 힘이 없다면 언제든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는 거였다.

황태훈·윤승옥 채널A 기자 beetlez@donga.com
#서재응#기아#류현진#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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