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세리 효과… 일본, 박세리 키즈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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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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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보며 자란 박세리 키즈 빛나는 성장에 日자극… ‘88세대’들 승부욕 불태워

“와타시 ‘88(팔팔)세대’ 데쓰(저는 88세대입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일본 골프 선수 와카바야시 마이코(24)의 입에서 ‘88세대’라는 정확한 한국말이 나올 줄은. 물론 그가 말한 ‘88세대’는 한국에서 쓰이는 ‘88만 원 세대(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젊은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자신이 용띠 해인 1988년에 태어났다는 걸 이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88이란 한국말을 알고 있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본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한국 여자 골퍼 중 1988년생 동갑내기가 많아 그들에게서 이 말을 배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올해 3승을 거두며 일약 일본 투어 상금랭킹 2위에 오른 이보미(24·정관장)를 들 수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주무대로 하면서 올해 일본 투어에서도 1승을 거둔 박인비(24)와 올해 LPGA에서 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한 신지애(24·미래에셋)도 88년생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의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놨다. 2일 한국의 완승으로 막을 내린 ‘제11회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서 만난 다치카와 기자는 “현재 한미일 투어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의 용띠 선수들은 어릴 때 박세리(35·KDB금융그룹)의 활약을 보고 자란 ‘박세리 키즈’다. 바로 그 박세리 키즈가 현재 일본의 젊은 골퍼들에게 엄청난 자극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와카바야시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슷한 연배인 한국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뛰어난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요즘 일본의 젊은 선수들도 예전보다 훨씬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일본에서 16승을 합작하며 일본 선수들의 합계 승수(15승)를 최초로 넘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선수 13명 가운데 와카바야시와 핫토리 마유(24)는 1988년생이다. 이 밖에 모리타 리카코(22), 오에 가오리(22), 나리타 미스즈(20)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치카와 기자는 “예전 일본 선수들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 자극받은 1988년생 이후 선수들은 엄청난 승부욕을 보여 주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게 박세리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부산=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 박세리#와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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