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8)은 20일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연신 손자에게 말하듯 어린 선수들에게 다정다감하게 지시했다. 생각하는 기술축구를 전수하고 있었다. 허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주도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66·러시아 FC 안지)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으로 유망주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겠다고 한마음이 된 현장이었다.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두 감독은 5월 목포국제축구센터에 H&H재단을 만들었다. 두 감독의 영문 이니셜을 딴 H&H재단은 한국판 ‘클레르 퐁텐’(프랑스 국립 유소년 축구아카데미)을 만들어 한국 유소년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클레르 퐁텐은 프랑스가 1988년부터 각 유소년 클럽에서 뛰고 있는 12세 이하 선수 중에서 360명을 선발해 전국에 있는 6개의 축구기술센터에서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시스템. 프랑스가 1998년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수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지킨 원동력이다. 허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프랑스를 돌아보며 클레르 퐁텐의 힘을 느꼈고 평소 한국에도 이 같은 축구아카데미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히딩크 감독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허 감독은 8월 전국 유망주를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를 실시해 13세 이하 23명, 16세 이하 25명을 선발해 5일부터 훈련시키고 있다. FC H&H팀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할 선수들에게 기술축구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다. 매년 공개 테스트로 선수들을 충원한다. 2014년엔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전문학교도 개교한다. 중고교 학년별로 1학급씩 6개 학급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키며 축구선수로서 자질을 키우는 교양교육을 할 계획이다.
“될성부른 유망주를 조기에 발굴해 기존과 다른 기술축구를 가르쳐야 세계적인 선수로 키울 수 있다. 트래핑과 드리블, 패스 등 세밀한 기술을 향상시켜 어떠한 압박에서도 정교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허 감독은 기술과 훈련 방향만 제시하고 혼자 알아서 하는 축구를 가르쳐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혼자 느끼며 해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지 강압적으로 시켜서 얻은 기술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허 감독은 국내에서 선수들을 키우고 히딩크 감독은 전 세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원조인 네덜란드 아약스를 비롯해 유럽 유소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유망주의 해외 진출을 책임진다. 허 감독은 “목포시가 클럽하우스도 지어 준다고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목포시의 도움으로 한국에도 새로운 유소년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대표팀을 그만둔 뒤 인천 감독을 거쳐 유망주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허 감독은 “기회가 온다면 프로팀을 다시 맡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 사령탑에 대해선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많은데 내게 기회가 오겠느냐.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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