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이렇게 하는데’…잘 나갈 수밖에 없는 펜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5일 0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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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한국이 세계 펜싱계를 경악케 했다. 펜싱의 인기가 높은 유럽에서 벌린 일이다.

한국 펜싱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대회를 마쳤다. 그동안 금·은·동 1개씩을 따낸 것이 전부였던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만 6개를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강으로 여겨졌던 이탈리아(금 2·은 2·동 3)에 이어 2위다.

펜싱인들은 기분 좋은 변신이 예고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잘 나가는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훈련량이다. 선수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펜싱대표팀은 지난 1년 간 훈련만 했다. 365일 중 집에 간 날은 다들 1주일 미만이다. 심지어 한 번도 못 간 선수도 있다.

훈련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진행됐다. 새벽 6시부터 1시간씩 땀을 흘리는 것을 시작으로 오전 9~12시, 낮 2시30분~오후 5시30분, 오후 8~9시가 기본 훈련 스케줄이다. 말 그대로 운동만 했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 맞춤형 펜싱이 탄생했다. 서양 선수들과의 체격차이를 인정하면서 스피드 향상에 중점을 둔 것이 주효했다. 어느 덧 상대가 검을 내밀면 빠른 발로 피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남자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최병철(31·화성시청)은 "8년 할 운동을 4년 만에 다했다. 대부분 치료를 병행하면서 운동을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태릉선수촌 밥이 안 나와 밖에 식당에서 사 먹었다"고 소개했다.

남자 단체 사브르에서 금을 찌른 김정환(29·국민체육진흥공단)은 "1년에 집에 3일 갔다. 추석 같은 명절은 물론 아버지 기일에서 찾아가지 못했다"고 힘겨웠던 훈련 과정을 회상했다.

얼굴을 마주보고 지내는 날이 많아지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1년에 360일 이상을 함께하니 자연스레 팀워크도 좋아졌다. 이는 서로의 희생이 필요한 단체전에서 큰 도움이 됐다.

"군대에서도 힘들면 잘 안 괴롭힌다. 그래서 전방부대는 오히려 내무생활이 편하다. 나한테는 후배들이 와서 장난도 많이 쳤다. 팀워크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웃은 최병철은 "단체전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잘 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회장사 SK텔레콤의 지원도 크게 한 몫했다. SK텔레콤 손길승 명예회장은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대한펜싱협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선수들이 맘 편히 유럽을 돌며 실전 경험을 익힐 수 있었던 것도 SK텔레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감독과 선수들을 불문하고 인터뷰 때마다 SK텔레콤의 도움을 언급하는 것은 허투루 나오는 말이 아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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