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감독 1992년의 아픔, 금메달 2개로 깨끗하게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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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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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동아일보 DB
정훈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동아일보 DB
유도대표팀 정훈(43·용인대 교수) 감독이 누리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푸근한 인상과 형처럼 선수들을 다독이는 모습에 ‘형님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같이 기뻐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 감독은 현재 남자 유도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정 감독은 아직 유도 종목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벌써 2개의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하나 같이 “감독님의 전략이 잘 맞아 떨어졌다”, “감독님 덕분에 이런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정 감독을 먼저 찾았다.

정 감독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2개나 딴 것도 기쁜 일이지만 20년 동안 가슴에 맺혀 있던 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현역 시절 아주 뛰어난 선수였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했을 만큼 세계 정상급 선수였다. 하지만 정 감독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실패했다. 정 감독이 출전했던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롤림픽. 71kg에 출전했던 정 감독은 상대 선수들을 가볍게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도 헝가리 선수에게 앞서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밟는 듯했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이 지우기 힘든 상처가 됐다. 불과 종료 5초를 남겨 놓고 헝가리 선수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5초면 적당히 피해다녀도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시간. 정 감독은 우승을 예감한 듯 상대의 움직임을 간과했다. 그 때 상대 선수는 빠른 바깥다리걸기로 정훈을 매트에 눕혔다.

동메달을 따긴 했지만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2년. 정 감독은 지도자로 다시 올림픽을 찾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지도자로 나선 바 있지만 당시는 감독이 아닌 코치였다. 2009년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감독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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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무려 2개의 금메달을 만들어내며 그때의 악몽을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김재범과 송대남이 결승전에서 무너지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정 감독의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감독은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다. 남은 남자 경기에서도 돌풍을 일으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하겠다는 각오다. 정 감독이 있어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동아닷컴 스포츠뉴스팀 / 기사제보 st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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