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미디어데이, 유쾌한 토크 배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찬호 “승엽보다 내가 유리… 볼넷 주면 돼”
승엽 “나 거르면 뒤에 형우… 더 힘들텐데”

한 편의 유쾌한 토크쇼를 보는 듯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펼쳐진 2012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Let's Play Ball with Fans!’ 현장은 선수와 팬이 어우러진 축제의 마당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700만 관중 시대를 염원하며 초청한 700명의 팬들은 야구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스타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7일 개막한다.

○ 역대 최강의 입담 대결

토크 배틀의 포문은 입담꾼 정근우(SK)가 열었다. 정근우는 “승엽이 형은 지난해 삼성 우승할 때 한 것도 없는데 첫 번째로 인터뷰하네요”라며 자극한 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지난해 준우승에 그치니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틀리더라. 올해는 통장에 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승엽은 “정상에 오르기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려운 것을 안다. 내년에도 가장 먼저 인터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미디어데이 단골손님 홍성흔은 소속팀 롯데의 상황을 ‘작은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의 사자성어 ‘세류성해(細流成海)’에 비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이대호 장원준 등 큰 바다 같은 선수들이 떠났다. 남은 선수들이 더 노력해 작은 물들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일본으로 떠난 대호 생각이 나지 않도록 4번 자리에서 잘해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 김병현의 재발견

이날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병현(넥센)의 입담이었다. 김병현은 특유의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때론 진지하게, 때론 4차원적인 답변을 해 팬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성균관대를 다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병현은 “97학번 성균관대 법학과 김병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 여학생이 “선배님, 밥 사주세요”라고 하자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법대에 복학해 다시 학교를 다닐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누나가 (사법시험을) 10년 공부하다가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사회자가 “이래서 넥센이 우승한다고 할 만한 게 있느냐”고 묻자 “넥센의 홈구장은 목동에 있다”라는 뜬금없는 대답을 한 뒤 “모르시는 분이 많은 거 같은데 목동은 인천, 김포, 부천과 가깝습니다.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된다”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 박찬호-이승엽, 이제는 적으로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박찬호(한화)와 타자 이승엽의 신경전도 흥미진진했다. 박찬호는 이승엽과의 대결에 대해 “내가 더 유리하다. 아니다 싶으면 볼넷으로 보내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이승엽은 “찬호형이 나를 거르면 뒤에 4번 최형우가 있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고 받아친 뒤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인용해 “찬호 형과 10번 만나면 3번을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람쥐!”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또 이승엽은 “지난해 청백전 때 찬호 형과 여러 번 상대했는데 안타를 하나도 못 쳤다. 던질 때 ‘욱, 욱’ 하는 기합을 넣는데 주눅이 들어 스윙이 안 나오더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병현 역시 이승엽을 가장 피하고 싶은 타자로 꼽았다.

○ 예능감 폭발한 스타들

숫자 10을 둘러싼 답변도 팬들을 즐겁게 했다. KIA 투수 윤석민은 “KIA는 10번 우승한 팀이다. 감독 코치들의 엄청난 우승 경험을 믿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LG 이병규는 “석민이는 KIA가 10번 우승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10년 연속 4강에 못 갈 위기다. 4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4강에 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홍성흔은 “10년 우승했다, 10년째 4강 못갈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는데 롯데는 20년 동안 우승을 못했다. 사장님도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라고 했다. 꼭 우승하겠다”며 종지부를 찍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보였던 박찬호와 실전 경험이 부족한 김병현은 나란히 선발 10승을 목표로 잡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프로야구#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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