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 야구는 ○○다]<5>두산 김진욱 감독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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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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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위해… 거울 보며 세리머니 연습해요”

두산은 지난해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정규시즌 5위. 5년 연속 참가했던 가을 야구(포스트시즌)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사퇴했을 때 놀란 두산 팬들은 시즌 직후 프로 사령탑 경험이 없는 김진욱 감독(52)이 선임됐을 때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 알려진 지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두산을 맡은 김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가 강조한 건 ‘팬을 부르는 야구’였다.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원천은 팬이다. 감독의 가장 큰 역할도 팬을 불러모으는 거다. 두산은 2년 연속 롯데에 이어 관중 2위를 했다. 지난해 125만 명으로 팀 사상 최다였지만 롯데보다 10만 명 적었다. 올해는 관중 동원에서 롯데를 따라잡고 싶다.”

김 감독은 팬을 부르기 위해 필수적으로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작년에도 충분히 우승 전력이었지만 주전들의 잇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님이 좋은 팀으로 만들어 놓으셨다. 야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최고라고 본다. 감독에 부임한 뒤 부상 회복과 관리에 초점을 뒀다. 이제 90%쯤 올라왔다. 목표는 우승이다.”

올해 프로야구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은 “팬을 최우선으로 하는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제공
올해 프로야구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은 “팬을 최우선으로 하는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을 제외한 팀 가운데 우승 후보를 꼽아달라고 했다. “삼성이 강하다지만 결과는 모른다.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정말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 지난해 삼성에 5승 1무 13패로 약했다. 올해는 꼭 되갚아주고 싶다.”

그는 키 플레이어로 투수 노경은과 고창성, 야수 김현수와 최준석을 꼽았다. 김동주는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김)동주는 그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선수”라며 믿음을 보였다.

북일고와 동아대를 졸업하고 1984년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선동열 킬러’로 불렸다. 1989년 당대 최고였던 선동열 감독(KIA)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2차례나 1-0 완봉승을 거둔 덕분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지난해 한 시상식장에서 “김진욱 감독 옆에 안 간다. 잘생긴 주윤발을 닮아 내가 손해를 본다”고 농담을 했다. 그러고 보니 김 감독의 외모가 범상치는 않다.

“안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렇지 않다. 누구와도 대화하는 걸 즐긴다. 얘기를 하기보다 듣는 편이다. 감독이 되고 보니 전과 다른 예우를 받는데 많이 어색하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촬영 등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에게 “집에 가면 거울을 보면서 세리머니 연습을 하라”고 주문한다. 자신도 그런 연습을 한다고 했다. 생뚱맞아 보이는 지시는 이유가 있었다.

“팬 서비스의 하나다. 그런 동작 하나하나가 팬들을 더 즐겁게 해 준다. 누구는 그러더라. ‘세리머니 연습할 시간에 훈련을 더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하지만 생각해 보라.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 때가 언제인가를. 이기는 경기,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줬을 때다. 땀은 구장에서 충분히 흘리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야구#두산베어스#김진욱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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