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농구감독, 멈춰버린 승리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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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밋 감독의 테네시대 4강 좌절… 은퇴할 수도

아침마다 수학 문제를 풀며 알츠하이머병과 싸우고 있는 미국 여자대학농구 테네시대의 팻 서밋 감독(60)의 9번째 우승을 향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27일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열린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여자 농구 테네시대와 베일러대의 8강전. ‘전설’로 불리는 명장 서밋이 이끄는 테네시대는 톱시드의 베일러대에 58-77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패했어도 관중 9068명은 서밋을 향해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킴 멀키 베일러대 감독은 “그 누구도 팻 서밋과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며 서밋의 용기와 열정을 극찬했다.

38년 동안 테네시대를 이끌고 있는 서밋은 2009년 NCAA 남녀 농구 사상 최초로 통산 1000승을 돌파해 1098승을 기록하고 있다. 대기록의 뒤에는 아픔이 있었다. 그는 2010년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전타임을 부르고도 왜 불렀는지 몰랐다. 결국 지난해 8월 테네시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 지시를 내려야 하는 농구 감독에게 알츠하이머병은 치명적이다. 그래도 서밋은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아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대학 측도 그의 감독직을 수락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날 “이 경기가 서밋의 마지막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테네시대 관계자는 “그만이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여자대학농구#팻서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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