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혁명’… 농구史 뒤집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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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소 47경기만에 40승, 1위 확정

최다연승-한시즌 최다승-8할 승률 신천지 눈앞

프로농구 원년 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강동희 동부 감독(46)이 프로농구 15년 역사에 새 금자탑 하나를 쌓았다. 동부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73-60으로 이겨 역대 최소인 47경기 만에 40승(7패) 고지에 오르며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2007∼2008시즌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4번째(TG삼보 시절 포함) 정규시즌 1위다.

이로써 강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정규시즌 1위를 모두 경험한 국내 첫 농구인이 됐다. 강 감독은 원년인 1997년 기아에서 선수로, 2007∼2008시즌에 동부에서 코치로 정규시즌 정상을 밟았다. 강 감독은 철벽같은 수비 농구를 앞세워 프로 사령탑 3년 차에 정규시즌 정상에 오르며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감독 데뷔 첫해인 2009∼2010시즌에 정규시즌 5위를 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4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4위를 한 뒤 챔피언 결정전에까지 진출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현역 시절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명가드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중앙대 1년 선배인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과 붙어 다니는 바람에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이지만 지도자로서는 허 감독보다 먼저 정규시즌 정상을 품에 안았다. 2005년 KCC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2차례 챔프전 우승을 이뤘지만 정규시즌 1위는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강 감독은 “허재 형도 언젠가는 정규시즌 1위를 하겠지만 내가 먼저 했으니 조금은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선수 때는 마음만 먹으면 우승을 수도 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도자가 된 뒤 우승하기가 어렵다는 걸 느꼈다.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농구를 시작한 뒤로 경험한 우승 중에 오늘 우승이 가장 기쁘다. 선수 때보다 우승에 이르는 과정이 더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강 감독은 “1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됐지만 걸려 있는 기록이 많은 만큼 고삐를 늦추지 않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경기에 임하겠다.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선수들한테는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동부는 역대 최소 경기(47경기) 만에 1위를 확정하면서 14연승을 달렸다. 16일 LG전마저 이기면 2004∼2005시즌 SBS가 세운 역대 최다 연승(15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동부는 역대 한 시즌 최다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KT가 지난 시즌 기록한 41승(13패)이 한 시즌 최다승이다. 동부는 7경기가 남아 있어 무난히 새 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는 국내 프로농구 사상 첫 정규시즌 8할대 승률에도 도전한다. 정규시즌 역대 최고 승률은 1997년 기아가 세운 0.762다. 동부는 남은 7경기에서 4승을 추가하면 8할대 승률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삼성은 창원 방문경기에서 LG를 102-98로 눌렀다. 이날 두 경기에는 모두 1만437명의 관중이 찾아 프로농구 역대 최소인 234경기 만에 한 시즌 100만 관중(100만2608명)을 돌파했다.

부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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