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지, 거인을 쓰러뜨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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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8분 골키퍼 제치고 환상의 결승골

선두 맨시티 격침… 선두경쟁 맨유도 미소

지동원(21)은 침착하게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골망을 흔든 뒤 홈 팬들에게 달려갔다. 승리의 어퍼컷을 날린 뒤 팬들과 얼싸안았다. 흥분한 한 남성팬은 그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의 지동원이 2일(한국 시간) 안방에서 열린 리그 선두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시즌 2호 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축하야 좋지만”… 남성팬의 키스 세례 선덜랜드의 지동원(왼쪽)이 결승골을 성공한 뒤 감격에 겨워하는 한 남성팬의 키스 축하를 받고 있다. 선덜랜드 홈페이지
“축하야 좋지만”… 남성팬의 키스 세례 선덜랜드의 지동원(왼쪽)이 결승골을 성공한 뒤 감격에 겨워하는 한 남성팬의 키스 축하를 받고 있다. 선덜랜드 홈페이지
세르히오 아궤로(아르헨티나) 등 최정상급 공격진으로 구성된 맨시티의 날카로운 창은 줄곧 선덜랜드의 골문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번번이 선덜랜드 수비진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지동원은 후반 32분 니클라스 벤트네르(24)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이후 16분 만에 이날 경기의 가장 화려한 주인공이 됐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에 3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경기가 끝날 무렵이던 후반 48분. 지동원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스테판 세세뇽의 스루패스를 이어 받아 침착하게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성공시켰다. 대이변이었다.

선덜랜드의 마틴 오닐 감독은 “정말 놀라운 골이었다”며 환호했다. AFP, AP통신 등 외신들도 “선덜랜드의 영웅 지동원이 맨시티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골은 리그 선두를 격침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동원은 자신을 영입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경질되고 오닐 감독이 지난해 12월 초 부임한 뒤 선발 출장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아스널에서 임대된 벤트네르가 붙박이 선발로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골로 지동원은 새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새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골로 자신의 잠재성과 능력을 보여주었다”며 “지동원의 출전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국가대표팀에도 지동원의 골은 호재다. 현재 해외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공격수들은 소속팀에서의 출전 기회가 적어 경기력이 저하된 상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원투 펀치는 박주영과 지동원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소속팀 아스널이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를 미국프로축구 뉴욕 레드불스에서 임대선수로 데려옴에 따라 주전 경쟁이 더욱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동원이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선수 개인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팀의 월드컵 전망도 밝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동원의 골을 흐뭇하게 지켜봤을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박지성(31)이다. 맨시티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맨유와의 승점차를 3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선덜랜드전 패배로 인해 맨시티는 골득실에서만 5포인트 앞선 불안한 1위를 유지했다. 지동원의 한 방 덕택에 선덜랜드는 5승 6무 8패(승점 21)로 2계단 상승해 13위가 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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