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110m 허들 ‘세기의 대결’ 실격의 벽은 못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美 리처드슨 어부지리 金… 中 류샹 은메달 눈물
여자 100m선 ‘무관의 여제’ 지터 10초90 우승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부정 출발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실격 파문이 일어났다. 역대 1∼3위가 총출동해 주목을 모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110m 허들 결선 경기가 그랬다.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110m 허들 결선은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로블레스는 13초1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5레인의 로블레스가 9번째와 마지막 10번째 허들을 넘는 과정에서 6레인 류샹의 팔을 친 것이 진로방해로 판단돼 실격 처리됐다.

결국 13초16로 2위를 했던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3위로 밀렸던 류샹(중국)은 13초27로 은메달로 승격됐다. 4위 앤드루 터너(13초44·영국)가 동메달을 받게 됐다. 터너와 사진 판독 끝에 5위로 밀렸던 기대주 데이비드 올리버(13초44·미국)는 4위가 됐다.

신체접촉까지 일어난 치열한 승부는 로블레스와 류샹의 오랜 라이벌 관계로부터 기인한다. 로블레스는 2008년 6월 류샹의 기록을 0.01초 앞당기며 12초87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샹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로블레스는 2008년 류샹의 안방인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내며 강자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자국에서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던 류샹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로블레스는 이날 준결선에서 류샹과 먼저 만났다. 준결선에선 0.01초 차 박빙 승부 끝에 류샹이 전체 2위(13초31), 로블레스는 3위(13초32)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 로블레스는 얼굴을 긁적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여유롭게 출발을 준비했다. 류샹은 두 팔을 들어올리며 “쨔요∼”를 연호하는 중국 팬들에게 화답했다. 스타트는 출발 반응 속도 0.150초를 기록한 로블레스가 0.164를 기록한 류샹보다 빨랐다. 하지만 중반 이후 류샹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따라붙었고 결국 마지막 허들에서 신체 접촉이 일어나고 말았다.

한편 카멜리타 지터(미국)는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9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이 10초97로 2위, 켈리앤 밥티스트(트리니다드토바고)가 10초98로 3위를 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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