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영수(30·사진)가 2개월 15일 만에 의미 있는 승수를 추가했다. 7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시즌 6승째(6패)를 수확했다.
5월 22일 대구 두산전에서 6.2이닝 3실점으로 5승을 찍은 뒤 그동안 8번의 등판(불펜 1번 포함)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던 그는 모처럼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최근 개인 4연패에서 벗어났다. 특히 2008년 8월 30일부터 이어지던 사직 3연패의 굴레도 벗어 던졌다.
하루 전 선발전원안타에 17안타를 몰아쳤던 롯데의 불방망이는 배영수의 노련한 투구에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직구 구속은 기껏해야 140km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각도 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투심을 섞어 던지며 능숙하게 타자들을 요리했다. 7회 2사 후 강민호에게 좌월1점아치를 허용한 게 옥에 티였을 정도로 눈부신 피칭이었다.
시즌 초부터 6선발체제를 가동해온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근 새 용병 저스틴 저마노의 영입이 확정된 뒤 기존 선발진 중 한명을 1군에서 불펜으로 활용하던가, 아니면 2군으로 내려 보내 유사시에 불러들일 구상임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들은 마치 선의의 경쟁을 하듯 연이어 호투를 펼치고 있어 배영수가 ‘탈락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던 터였다. 배영수는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8이닝 5실점에 그치는 등 최근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롯데전 호투를 통해 이 같은 시선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며 류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다. 승리 후 류 감독은 “선발 배영수가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컨디션 자체는 좋지 않았는데 컨트롤이 좋았던 것 같다”고 밝힌 배영수는 치열한 선발투수 경쟁에 대해 “잘 던지는 투수가 많이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이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7일 등판에서 7이닝을 던져 77일 만에 승리를 챙긴 배영수. 행운의 숫자, 7과 유독 연관이 많은 승리가 그의 앞날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