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女농구 女지도자… 열광하는 대만, 냉소하는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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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윌리엄존스컵 국제여자농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만 타이베이 실내체육관에는 특석 아닌 특석이 있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 바로 대만팀 벤치 바로 뒤쪽 관람석이다. 자국 선수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여겨보니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자리다툼을 벌인 이들은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2000년대 대만 여자 농구 스타 청후이윈을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청후이윈은 이번 대회에서 대만 대학선발팀 코치를 맡고 있다. 팬들은 작전 시간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를 연방 터뜨렸고 비디오카메라에 청후이윈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만 여자 농구엔 유난히 여성 지도자가 많다. 윌리엄존스컵에 출전한 대만 국가대표팀과 대학선발팀 지도자(감독 코치 포함) 8명 중 7명이 여성이다. 대만 실업리그 5팀 중 4팀을 여성 감독이 이끌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의 문화대혁명 이후 양성평등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치다.

이는 한국 스포츠계에선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아직 성공한 여성 지도자가 없다. 지난해 조혜정 씨가 국내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최초로 배구팀 감독이 됐지만 한 시즌 만에 물러났다. ‘여성 감독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근거 없는 편견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여성 농구인은 “여자 선수들조차 여성 지도자를 우습게 여긴다는 걸 느낄 때 자괴감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청후이윈은 “여성을 잘 아는 여자 감독이 여자 선수를 더 잘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젊은 여성 지도자들이 꾸준히 진출해 스포츠계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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