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발탁한 기무라 총감독 ‘제 2의 박지성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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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6일 07시 00분


교토 시절, 박지성을 처음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밑거름을 놨던 일본인 기무라 분지는 챌린저스리그 서울FC 마르티스 총감독을 맡아 한국 축구 유망주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스포츠동아DB
교토 시절, 박지성을 처음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밑거름을 놨던 일본인 기무라 분지는 챌린저스리그 서울FC 마르티스 총감독을 맡아 한국 축구 유망주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스포츠동아DB
난 딱보면 안다, 클 놈인지 아닌지를…
한국선수 고집하는 이유? 정신력 때문!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첫 번째 자서전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10여 년 전 명지대 2학년에 다닐 때 자신을 스카우트한 당시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 단장 기무라 분지(67)와 첫 만남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명지대 김희태 감독과 식사를 하던 기무라 분지가 박지성을 처음에 선수가 아닌 주무로 착각했다는 에피소드가 재밌다.

기무라 분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4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2000년 4월 이었다”며 날짜까지 정확하게 짚었다. 이어 “(박지성이) 숫기 없는 모습에 트레이닝 차림이라 처음에 매니저(주무)인 줄 알았다”며 웃음 지었다.

기무라 분지는 일본대표 출신으로 J리그 교토와 요코하마에서 코치, 감독, 단장을 역임했다. 무명이던 박지성을 스카우트한 것을 비롯해 최용수 서울감독대행, 고종수 수원 코치 등의 J리그 진출에 길을 텄다.

일본에서도 엔도 야스히토(31·감바 오사카)나 마츠이 다이스케(30·그르노블) 등 전현직 국가대표를 여럿 키워낸 일본 축구의 산 증인이다. 그는 축구인생 마지막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 전 한국으로 왔다. 바로 “박지성과 같은 선수를 한 명 더 만들겠다”고 했다.

○피로 잊은 채 팔도유람

기무라 분지는 자신의 축구 인생이 앞으로 3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 ‘제2의 박지성’을 찾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올 초 한국프로축구 3부 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서울FC 마르티스 총감독을 맡아 7월 중순부터 전국 경기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K리그 만 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고교나 대학축구, 2군 리그 등을 주목한다. 그는 “스타플레이어는 사양한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이 최고 선수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싶을 뿐이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라 팔도유람이 지칠 법도 한 데 경기장만 가면 힘이 솟는다. 기무라 분지와 함께 일하고 있는 G1스포츠 최지원 대표는 “경기장에 도착해 우리가 승용차에서 내리면 총감독님은 벌써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축구 묘한 매력


지도자 가운데 유망주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이들이 몇몇 있다. 한국에서는 대표팀 조광래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이청용(볼턴)을 중학교 시절 FC서울에 입단시켰던 조광래 감독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본 뒤 나보다 영리하다 싶으면 주의 깊게 살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무라 분지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일본에 있을 때도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번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그 때마다 답은 한결 같다. 나는 기술 같은 전 잘 보지 않는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정이 들 때가 딱 있다. 박지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고 밝혔다. 기무라 분지는 일본에서 태어나 축구를 했고 후배들을 가르쳤다.

고국 일본에도 수많은 유망주가 있는 데 굳이 한국선수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정신력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는 “승리에 대한 집착, 사명감 그리고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축구만 생각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고 설명했다.

기무라 분지가 유망주 발굴에 본격 나선지 이제 3주 정도 됐다. “제2의 박지성이 될만한 선수를 봤느냐”고 묻자 “아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어 “조만간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축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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