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용규신공…KIA 1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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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3일 07시 00분


인물로 본 8개구단 전반기 결산

이용규, 커트능력·선구안 겸비…0.373 타격 1위
윤석민·이범호·로페즈 제치고 ‘KIA 1위 일등공신’

삼성 오승환 난공불락 150km 광속구…벌써 26S
‘임태훈 스캔들’ 악재…두산 김경문 감독 퇴진 눈물



중간결산의 타이밍이다. 두산처럼 하염없이 몰락한 구단도 있다. 삼성처럼 대박 난 구단도 있다. 희비가 엇갈렸어도 좋은 뉴스든, 나쁜 뉴스든 8개구단 저마다 희로애락을 겪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구단별로 인물 하나를 잡아 전반기를 결산해봤다.

○KIA 이용규= 전반기 1위 KIA에 별들은 많았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의 윤석민, 타점머신으로 진화해 돌아온 이범호, 프로야구 최고의 이닝이터 로페즈 등등. 그러나 반짝반짝 빛나는 별 중의 별은 이용규라 할만하다. 0.373으로 타격 1위다. 0.458로 출루율도 1위다. 롯데 이대호의 2시즌 연속 타격 7관왕을 저지할 대항마다. 전반기 68경기에서 100안타를 채웠다. 그러나 기록을 뛰어넘어 이용규는 선수들끼리 더 인정하는 선수다. 커트능력과 선구안을 겸비해 투수들 진이 빠질 정도로 투구수를 늘려 놓고, 볼넷이나 안타를 얻어 1루로 출루를 하면 호시탐탐 2루를 노린다. 차라리 시원하게 이대호한테 홈런 맞는 편이 투수 입장에서는 속 편할지도.

○삼성 오승환= 삼성은 야구도 잘 하지만 캐릭터도 잘 짜여져 있다. ‘나믿가믿’ 류중일 감독을 필두로 개그본능 박석민, 야구돌 김상수 등 친근한 이미지의 선수가 즐비하다. 그리고 끝판대장 오승환이 있다.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150km대 광속구를 뿌리면 타자들은 난공불락이다. 권혁 정현욱 안지만 정인욱 등 삼성 불펜의 종결자이기도 하다. 전반기 26세이브로 이미 구원 1위를 예약해 놨다. 과거 2년의 공백이 믿어지지 않는 완벽 재기다.

○SK 정우람= 삼성 오승환이 구위로 최강이라면 SK 정우람은 연투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반기 SK의 76경기 중 43경기에 투입돼 방어율 1.94를 기록했다. 한때 불펜으로 방어율 규정이닝을 채우기도 했다. SK에서 정우람은 제1선발 글로버와 스윙맨 전병두 다음으로 많은 이닝(65이닝)을 소화했다. 좌투수임에도 우타자 피안타율 0.184의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LG 박현준= 리즈도 주키치도 야수 빅5도 아니었다. LG의 전반기 최대 아이콘은 박현준이었다. 전반기에 LG의 최다승(10승) 최다이닝(119.2이닝) 최다탈삼진(108개) 투수였다. LG의 신연봉고과제도를 감안하면 올 겨울 ‘준 재벌’이 될 페이스다. SK에서 주목받지 못한 투수가 LG로 와서 잭팟이 터졌기에 더 화제성이 컸다. 데뷔 첫 풀타임 선발이었기에 전반 막판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옆구리 선발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역사적 가치마저 지닌 투수다.

○롯데 이대호= 부산 팬의 야구 열정은 유별나다. 잘하면 대통령이라도 뽑아줄 기세지만 못하면 가차 없다. 심지어 홍성흔조차도 성역이 아니다. 이런 롯데 팬 사이에 ‘면책특권’을 가진 선수를 1명만 꼽으라면 이대호 아닐까. 완전치 않은 몸과 집중견제를 딛고 전반기 홈런 최다안타 장타율 1위를 지켰다. 전반기 한때 2년 연속 타격 7관왕 얘기도 나왔을 정도였다. 시즌 전부터 연봉조정신청으로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던 이대호는 올 시즌 후 FA가 된다.

○두산 김경문= 야구계에는 ‘올스타 브레이크 괴담’이 존재한다. 이 공백기에 감독 교체가 곧잘 터지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는 ‘올 시즌은 김경문 감독이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경문답게’ 그 타이밍을 먼저 당겼다. 6월 자진사퇴 형식을 밟아 8년째 몸담았던 두산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임태훈 사건 등 온갖 악재에 시달리던 두산에는 결정타이자 치명타였다. 김광수 감독대행이 팀을 잘 추스르고 있다지만 두산이야말로 권불십년을 실감할 시절이다.

○한화 한대화=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줄 알았던 한화가 돌풍을 일으킨 시점은 ‘야왕탄생’과 거의 일치한다. 5월 중순 온라인 야구팬 사이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야왕 애칭은 금세 신드롬으로 번졌다. 역대 7위 감독이 이렇게 인기를 끈 유례가 어디에 있을까? 최악의 전력에서 고생만 하다 물러나는 비운의 감독이 될까봐 동정하던 시선은 야왕의 내공을 믿는 든든한 지원세력으로 바뀌고 있다. 스포츠는 꼭 승자가 아니라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넥센 김시진= 팀 승률 8위, 팀 타율 7위, 팀 방어율 7위, 팀 득점 8위, 팀 홈런 8위, 팀 도루 8위. 넥센의 전반기 기록이다. 타격 랭킹 15위 안에 아무도 없다. 방어율 랭킹 15위 안에 누구도 없다. 넥센은 이래 저래서 안 된다고 줄줄이 열거하기에 앞서 현실을 직시하고, 관대해질 필요가 있을 듯. 그저 한마디면 충분할지도. ‘김시진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3년 재계약 축하드립니다.’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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