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빼닮은 정교함…예고된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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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7시 00분


■ 태극낭자들 US오픈에 강한 이유

코스, 장타보단 정교한 한국선수에게 유리
유소연 우승, OB지역 많은 국내무대 큰 힘

박인비 지은희 등 이전 우승자도 테크니션
한국인 첫 정상 ‘박세리 효과’도 자신감 줘


유소연(21·한화)이 서희경(25·하이트)과의 연장 승부 끝에 미LPGA투어 최고권위의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소연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04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쳐 서희경과 동타를 이룬 뒤 3개 홀(16∼18번)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다. 유소연은 연장전 16번홀(파3) 파에 이어 17번홀(파5)과 18번홀(파4) 연속 버디로 2언더파를 기록해 파-보기-파를 적어낸 서희경을 3타차로 따돌렸다. 역대 미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끼리 연장전을 벌인 건 이번이 6번째이고, 메이저 대회에서는 처음이다. 이로써 유소연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선수로는 역대 5번째 우승자로 기록됐다.

한국 선수들은 미L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에서 12번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중 5번이 US오픈에서 나왔다. US여자오픈에서 유독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USGA(미국골프협회)에서 주관하는 US여자오픈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유명하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검증된 골프장에서만 개최되며, 개최 5년 전에 미리 골프장을 확정해 코스 관리에 들어간다.

코스 전장도 매우 길다. 일반적인 대회의 코스 전장이 6500야드 내외인데 비해 이번 US오픈이 열린 브로드무어골프장은 파71에 코스 전장이 무려 7047야드였다.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코스 세팅인 것처럼 보이지만 러프와 페어웨이의 변별력이 확실해 정교함을 갖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바로 여기에 한국선수들의 우승 비결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유소연은 국내 무대에서 다져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리하지 않고 또박또박 코스를 공략해가는 작전을 펼쳤고,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OB지역이 많은 한국 골프장의 특성상 한국 선수들은 장타보다는 정교함에서 앞선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인 박세리, 김주연, 박인비, 지은희 등은 장타보다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을 앞세운 테크니션들이다.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페어웨이를 정확히 공략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 코스가 길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며 장타보다는 정교함을 요구하는 US오픈의 특성 덕분에 한국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원동력이다. 역대 US오픈 우승자인 박인비, 지은희, 유소연 등은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이른바 박세리 키즈들이다. 박세리의 존재는 후배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이는 US오픈 통산 한국선수의 5번째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원성열 기자 (트위터 @serenowon)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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