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기’ 양용은 “내 이름에 ㅇ이 5개 올림픽서 금 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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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7시 00분


한일 골프 국가대항전 ‘KB금융 밀리언야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양용은이 4일 성남시 분당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후원사 행사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10일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분당|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한일 골프 국가대항전 ‘KB금융 밀리언야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양용은이 4일 성남시 분당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후원사 행사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10일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분당|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 한일 골프 국가대항전 우승 주역, 양용은을 만나다

열 살 넘게 차이나는 경태·승열이
카카오톡 주고 받는 내 골프 절친

태극마크는 내겐 언제나 자랑거리
PGA 투어 포기하고 한일전 참가
금전적 손해 있지만 언제든지 OK

한국인 첫 그린재킷 꼼꼼한 경태몫10년 후 쯤 은퇴…운 좋으면 60세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돌아왔다. 그것도 7년 만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가 돼서 왔다. 양용은은 3일 끝난 한일 골프 국가대항전 ‘KB금융 밀리언야드컵’에서 위기에 놓인 한국팀을 구하고 작년 패배를 설욕했다.

“후배들이 잘 한 덕분이다. 후배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지만 그가 없었더라면 이번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양용은의 존재감이 컸다.

한일전이 끝나고 하루 뒤인 4일. 성남시 분당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양용은을 만났다. 후원사 행사에 참석해 팬들에게 레슨과 사인을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용은과 한일전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골프 인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한일전 소감

- 오랜만에 태극마크…기분이 어땠나.

“태극마크는 언제 달아도 기분이 좋고 가슴을 뛰게 한다. 2004년 이후 처음 달았는데 여전히 가슴이 뛰었다. 우승하게 돼 결과도 좋았고,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승리로 우리가 한발 앞서나가는 계기가 됐다. 골프도 우리가 더 강하다.”

- 18번 홀에서 왜 ‘쉿’이라고 제스처를 했나

“시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다. 처음 퍼트할 때 후배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려고 소리 질렀다. 그 바람에 첫 퍼트가 짧았다. 두 번째 퍼트할 때도 소리칠 준비를 하고 있기에 내가 먼저 ‘조용하라’고 선수를 쳤다. 우승이 확정된 상태였기에 여유를 부렸다.”

- 다음 한일전에도 출전할 계획인지.

“PGA 투어 스케줄과 잘 맞아야 하겠지만 시간이 허락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나오겠다. 마음은 언제든지 나올 준비가 됐다.” (양용은은 몇 번이고 한일전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미국 PGA와 유러피언투어 출전을 포기하고 왔다. 출전료 한 푼 받지 않고 왔으니 금전적으로 손해가 있었지만 그에게 태극마크보다 더 소중한 건 없어 보였다.)

● 절친한 후배 김경태와 노승열

양용은의 가장 친한 골프친구는 자신보다 열 살 넘게 어린 김경태(25)와 노승열(20)이다. 나이 차가 있지만 세 사람은 대회가 끝나면 자주 통화하고, 미국에서 만나면 연습라운드를 함께 하거나 식사를 같이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솔직히 10년도 넘게 차이 나는 이들이 정말로 친한 사이인지 궁금했다.

- 김경태, 노승열과 어떻게 친하게 됐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자주 보게 되면서 친해진 것뿐이다. 유럽에 가면 항상 승열이를 보게 되고, 올해부터 PGA 투어에 나가면 경태를 만나게 됐다. 다른 후배들과는 만날 기회가 없지만 승열이와 경태는 자주 보면서 더 친해졌다. (김)비오나 (강)성훈이도 미국에서 만나 친해졌다.”

- 대회가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나

“보통은 전화 통화를 하지만 문자도 자주한다. 나도 카카오톡 정도는 할 줄 안다(무시하지 말라는 눈빛이다). 가끔은 전화통화보다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 이모티콘도 섞어가면서 대화한다.”

- 열 살도 넘게 차이가 나는데 세대 차이는?

“필드에서는 주로 골프 얘기만 하니까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평소에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만나서 정치나 경제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는다. 대화 내용이 주로 골프다보니 그런 건 전혀 못 느낀다.”

- 후배들의 단점을 하나씩만 꼬집는다면

“경태는 안부 전화를 잘 안한다. 경태 보면 전화 좀 자주하라고 해주세요(웃음). 승열이는 전화를 잘 하니까 단점이 없다.”


●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과 양용은의 미래

4, 5월 줄곧 미끄럼을 타던 양용은이 6월 US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올라 다시 한번 ‘양용은’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우승은 놓쳤지만 지난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했던 그날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의 관심은 마스터스 우승이다.

- 한국선수 중 마스터스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경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태의 플레이 내용은 상당히 꼼꼼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일관되게 쳐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경기를 펼쳐야 좋은 성적이 나오는 코스다. 경태는 매우 안정적이다. 경태에 비하면 나는 좀 들쭉날쭉한 편이다.

- 본인의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은

“(몇 번이고 고민한 후) 앞으로 3∼4번 정도 마스터스에 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이 우승할 가능성은 정말로 희박하다. 혹시 모르겠다 앞으로 30번 정도 더 나가게 되면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몇 년 더 골프선수 할 수 있을 것 같나

“한 10년 정도, 운이 좋으면 60세까지도 하고 싶다. 골프선수를 그만두고 나면 이후엔 후배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싶다. 내가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전해주고 싶다.” (양용은은 자신이 오로지 몸으로 때우면서 살아왔다며 후배들에게 가르칠 게 더 많다고 했다. 이유인 즉, 스무 살에 골프를 배웠고 그것도 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골프 시작한 ‘생계형 골퍼’다. 그러면서 한 계단씩 올라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고생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러니 후배들에게 들려줄 얘기도 많단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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