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희생’ 통했나… 떠나자 뭉친 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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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감독 사퇴 충격 속 넥센 꺾고 모처럼 얼굴 펴
한화, KIA에 대승… 4연승 삼성은 첫 단독 2위로

남을 탓하기 좋아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은 자신을 탓했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두산이 하위권에 머물자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13일 용퇴하면서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선수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를 만드는 길이다. 선수들이 새로운 분위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선수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사퇴 이튿날인 14일 넥센과의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에 모인 두산 선수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 선수는 “그저 감독님께 죄송할 뿐이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선수들은 경기 전 미팅에서 “우리 대신 책임을 진 감독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두산은 모처럼 활기차고 패기 넘치는 예전의 허슬 플레이를 보여줬다. 전날까지 타율 0.290에 머물던 ‘타격 기계’ 김현수는 0-0으로 맞선 1회말 무사 2, 3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선제 3점포를 쏘아 올리는 등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3할 타율(0.302)에도 복귀했다.

국내 무대에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 9.51을 기록하던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도 5와 3분의 2이닝을 3실점으로 틀어막고 국내 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거구 최준석은 6회 깊은 3루 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 질주해 세이프됐다. 왼손 투수 이혜천도 4-3으로 쫓긴 6회 2사 2루에 등판해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위기를 넘겼다.

사령탑으로서 첫 승을 따낸 김광수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삼성은 선발 윤성환의 호투 속에 LG에 7-3으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삼성은 LG와 KIA를 0.5경기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대전에선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 한화가 경기 막판 터진 타선에 힘입어 KIA에 12-3으로 이겼다. 류현진은 6회초 나지완에게 불의의 선제 3점 홈런을 맞았으나 타선이 6회말 곧바로 4점을 뽑은 데 이어 7회 이대수의 만루홈런 등 8점을 보태 승리 투수가 됐다. 선두 SK는 문학에서 롯데에 8-5로 역전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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