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둔 LG 이대형(28·사진)은 덕아웃에 앉아 멍하니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표정과 말투에서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26일 잠실 두산전. 1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형은 2루 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 질주했다. 필사의 헤드퍼스트슬라이딩까지 시도했지만, 결과는 아웃. 그리고 왼쪽 어깨통증으로 교체됐다.
‘내가 왜 슬라이딩을 했을까?’ 몇 번이고 자책을 해 본다. 그 생각만 하면, 입맛도 없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뿐”이라고 할 정도다. 이대형은 프로야구사상 최초로 ‘5년 연속 50도루-4년 연속 60도루’에 도전하고 있다. 28일까지 도루부문에서도 1위(22개·45경기)를 달리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대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암초를 만났다. 두 다리가 멀쩡한데도, 경기에 나갈 수 없으니 몸이 근질근질할 뿐이다.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들을 때마다 “죽을 맛”이라고 했다. ‘슈퍼소닉’은 달리고 싶다.
야구전문가들은 “1루에서는 슬라이딩을 하는 것보다 달려서 들어가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한다. 이대형 역시 “큰 차이가 없다. 부상위험만 클 뿐이다. 오른쪽어깨 수술을 2번 한 것도 슬라이딩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몸의 반응이다. 머리로는 슬라이딩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대형은 “앞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1루에서는 슬라이딩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뒤, “야구를 배워가는 후배들도 1루 슬라이딩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LG 박종훈 감독은 “이대형이 화요일(31일)부터는 (출장)가능할 것 같다. 우리 팀 주전은 이대형이다. 이대형이 돌아오면, 양영동은 백업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