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메이저 제패’ 금의환향한 최경주, 제주행 기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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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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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순간 감전된듯 몸이 부르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탱크’ 최경주가 17일 오후 금의환향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최경주는 곧바로 SK텔레콤 오픈이 열리는 제주로 이동해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탱크’ 최경주가 17일 오후 금의환향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최경주는 곧바로 SK텔레콤 오픈이 열리는 제주로 이동해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항공기 맨 앞자리 창가 01A 좌석에 몸을 실은 지 35분 정도 흘렀을까. 창밖을 바라보던 그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완도가 아마 저기 북쪽으로 가면 있을 겁니다. 부모님, 형제, 친척들 잘 지내고 계신지….” 여독도 풀리지 않았지만 고향과 가족을 그리는 마음만큼은 뜨거웠다. 물끄러미 바다와 육지를 번갈아 쳐다본 건 ‘돌아온 탱크’ 최경주(41·SK텔레콤)였다.

그는 16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귀국길에 올라 인천공항을 거쳐 국내선 항공편으로 제주를 향하고 있었다. 19일 제주 핀크스GC에서 개막하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우승 후 기자회견, 스폰서 파티 등에 참석하느라 대기시켜 둔 전세 비행기까지 놓쳤어요. 오전 2시에 잠이 들어 3시간밖에 못자고 시카고를 경유해 13시간 걸려 돌아왔죠.”

우승을 결정짓던 4라운드에 썼던 바로 그 검은색 선캡을 쓰고 돌아온 최경주에게 결정적인 승부의 순간이 궁금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겼을 때 2만 V 전기에 감전된 것같이 몸이 부르르 떨렸어요. 2년 동안 우승 없이 고생했던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숨 막혔던 전날의 접전 상황을 복기하던 그의 표정은 아직도 필드에 있는 듯 진지해졌다. “18번홀에서 1.2m 파 퍼트를 놓칠 뻔했는데 자칫 국민적인 망신이 될 뻔했어요. 연장전을 치른 17번홀에서 데이비드 톰스가 1.1m 파 퍼트를 앞두고 있을 때는 속으로 기도했어요. 빗나가기를 원했나 봐요. 이건 진짜 쓰면 안 되는데. 허허.”

이번 대회 17번홀(파3)은 협소한 아일랜드 그린에 풍향 변화까지 심해 마의 홀로 불린다. 하지만 최경주는 “그동안 17번홀에서만 20번 넘게 쳤는데 나처럼 한 번도 물에 빠뜨리지 않은 선수는 없다더군요. 아무래도 하나님 덕분인 것 같아요.”

이번에 동행한 캐디 앤디 프로저(스코틀랜드)에 대해 그는 “고집불통이다. 그래서 더 도움이 된다. 예스맨이었다면 아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최경주가 받은 우승 상금을 부러워했다. 단일 대회 최고인 171만 달러(약 18억7000만 원)는 어떻게 받을까. “그 액수 그대로 내 은행 계좌로 입금이 됩니다. 나중에 세금을 따로 내지요. 트로피는 모조품을 제작해 집으로 보내주고요.”

밤을 새워도 계속될 것 같던 최경주의 말문이 잠시 멈췄다. 기내방송에서는 “잠시 후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한다”는 승무원의 안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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