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병규(37)는 한동안 팬들 사이에서 ‘라뱅’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수비하는 모습이 마치 ‘슈퍼에 라면 사러 가는 것처럼 설렁설렁 달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부정적 의미. 이병규로서는 달가울 리 없는 별명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초반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17일 광주 LG전에 앞서 “요즘 팬들이 날 어떻게 부르는지 몰라? ‘라뱅느님’이래”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웃었다. ‘느님’은 ‘하느님’에서 뒷 두 글자를 따온 것으로 존칭을 의미한다. ‘라뱅’에서 ‘라뱅느님’으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별명이 하나 더 추가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외수’다. 이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난 박용택이 “이젠 머리를 못 기르겠다”고 말하는 순간, 옆에 있는 이병규의 장발과 수염이 묘하게 대조됐다. 이병규는 “올시즌 들어 한번도 안 깎았다. 난 깎을 이유를 모르겠다. 시즌 끝까지 안 깎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주위에서 “그러다 이외수 되는 것 아니냐”며 폭소. 장발과 수염의 대명사인 소설가 이외수를 지칭한 것이었다. 한때 ‘라뱅’이라는 별명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이병규는 이제 ‘라뱅’도 좋고, ‘이외수’도 좋단다. 나이가 들면서 둥글둥글해지고 있는 이병규다. 세월은 성격까지 풍화작용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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