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계 1위 골퍼 웨스트우드, 첫날 36위→역전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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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 그린 빠른 적응
발렌타인 챔피언십 정복

공동 36위→공동 11위→공동 5위→우승. 세계 랭킹 1위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 달라진 환경에 빠른 속도로 적응한 리 웨스트우드(38·잉글랜드)가 미겔 앙헬 히메네스(47·스페인)를 제치고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1일 이천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유럽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히메네스를 비롯한 3명의 공동 선두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웨스트우드는 버디 5개로 5타를 줄이며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6만7500유로(약 5억8000만 원). 한국 선수 중 최고인 3위(10언더파)에 오른 박상현은 13만8033유로(약 2억1900만 원)를 받아 올 시즌 국내 투어에서 상금 1위(2억2400만 원)로 올라섰다.

○ 변신의 귀재

웨스트우드는 지난주 아시안투어 인도네시안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을 흘리다 찾은 한국은 기온이 섭씨 20도 가까이 뚝 떨어져 썰렁했고 비까지 내렸다. 처음 찾은 코스는 그린의 경사가 심하고 스피드가 너무 느렸다. 시도 때도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갤러리와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코스를 지배해 나갔고 낯선 분위기에도 집중력을 높였다. 그린 적중률이 88.9%였던 최종 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18번홀(파5)에서는 그린을 노린 두 번째 샷이 벙커를 살짝 넘겨 떨어지는 행운을 맞은 뒤 8번 아이언으로 굴린 어프로치 샷을 컵 1m에 붙여 버디를 낚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지난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3차 연장 끝에 패했던 히메네스를 꺾은 웨스트우드는 “세계 1위로 챔피언까지 돼 기쁘다. 내년에 다시 와 타이틀을 지키고 싶다”며 웃었다.

○ 김경태가 본 웨스트우드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왕 김경태(신한금융그룹)는 3, 4라운드에서 웨스트우드와 처음 동반자가 됐다. 공동 10위(6언더파)로 마친 김경태는 “웨스트우드는 정말 공을 똑바로 쳤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까다로운 그린을 감안해 아무리 남은 거리가 짧아도 핀을 직접 노리지 않는 노련한 코스 매니지먼트와 기회를 놓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 노장의 투혼

꽁지머리 히메네스는 한때 선두를 독주해 우승을 예약한 듯했다. 그러나 15, 17, 18번홀에서 공을 벙커에 빠뜨리며 주춤거렸다. 18번홀에서 3번 우드로 투 온을 노렸지만 그린 뒤 벙커에 빠졌고 3번째 샷이 홀컵을 5m 정도 지나가 웨스트우드와 동타 기회를 날렸다. 우승을 놓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의 투지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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