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기때면 피는 꽃 ‘예그리나’를 아십니까?

  • Array
  • 입력 2011년 4월 28일 07시 00분


대구FC 여성 서포터 화제
열혈 응원·축구사랑 으뜸

대구FC의 열성적인 여성 서포터 ‘예그리나’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예그리나
대구FC의 열성적인 여성 서포터 ‘예그리나’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예그리나
그들을 처음 눈여겨본 건 작년 울산 현대와 대구FC 경기였다. 관중이 적어 썰렁한 문수월드컵경기장에 10여 명의 여성들이 90분 내내 원정 팀 대구를 소리 높여 응원하고 있었다.

25일 대구-전북 전 취재를 위해 대구시민운동장을 찾았을 때 그들은 스탠드 한 편에서 여전히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예그리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뜻의 순 고유어로, 대구FC 여성 서포터 이름이다.

예그리나는 2008년 초 창단됐다. 창단 주역 정은영(27) 씨는 2006년부터 대구 서포터로 활동했다. 2007년 소모임 회장까지 했던 정 씨는 “여성이 축구를 좋아하면 잘 생긴 선수 때문이라는 선입견이 싫어 제대로 여성 서포팅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창단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은 30여명.

여성이고 축구에 대한 애정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대구시민이 아니어도 되고 나이 제한도 없다. 다만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다. 정식회원이 되기 전 3차례 함께 서포팅을 해야 한다.

정 씨는 “사실 축구응원이 거칠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체력과 열정이 있는 지를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예그리나’ 열광적인 응원 순간
▲ ‘예그리나’ 열광적인 응원 순간

예그리나는 축구 서포터 사이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응원의 폭발력이 크다고 해서 ‘울그리나’(울트라+예그리나)로 불린다. 주중 전북 원정 때는 단 4명이 상대 홈 서포터와 대등하게 일당백 응원을 펼쳐 ‘익룡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입소문이 퍼져 5월 초에는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까지 출연한다.

여성 서포터를 보는 선입견에 대한 저항으로 창단됐지만 그들은 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정 씨는 “축구가 좋아서 시작한 것과 선수가 좋아서 시작한 것은 순서의 차이 일 뿐 모두 축구 팬이다. 우리 같은 여성 서포터가 마음을 닫는다면 어떤 팬도 서포터가 되기 힘들 것이다. K리그 발전을 위해 누가 진정한 팬이냐에 대한 다툼은 무의미하다. 이 말을 꼭 써 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