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다섯손가락에 챔프 반지 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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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추격 뿌리치고 2년만에 챔프전 왕좌 복귀
프로농구 최다 5번째 우승… 하승진 첫 MVP

그들의 유니폼에는 네 번의 우승을 상징하는 별 4개가 새겨져 있다. 이제 하나를 더 보탰다. 영광스러운 다섯 번째 정상 등극의 꿈을 이룬 그들은 파란색과 흰색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호했다.

KCC가 동부의 거센 추격을 꺾고 역대 프로농구 최다인 통산 다섯 번째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KCC는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7전 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동부를 79-77로 눌렀다. KCC는 4승 2패를 기록해 2009년 이후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승리를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KCC 하승진은 벤치로 달려가 자신에게는 어림없이 작은 유니폼을 껴입었다. 3차전에서 무릎 인대 파열로 입원한 자신의 백업 센터 강은식의 것이었다. 비록 함께 뛸 수 없어도 땀에 전 운동복만큼은 코트에서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KCC의 동료애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날 22득점, 9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한 하승진은 생애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번 시리즈에서 오버 액션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는 이날도 루스볼을 다투다 끝까지 공을 놓지 않는 집념을 보였고 수시로 양팔을 번쩍 들며 1만2000여 관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지난 시즌 모비스와의 챔프전에서 부상으로 못 뛰며 패배를 떠안았던 하승진은 약점이던 체력을 끌어올렸고 공격할 때 오른손뿐 아니라 왼손까지 자유자재로 쓰며 상대 수비를 농락했다. 하승진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5연패를 주도한 뒤 MVP에 선정된 누나 하은주의 축하 속에 동반 승전가를 불렀다. 하승진은 “내가 받아야 할 상이 아니다. 은식이 형을 비롯한 선배들의 몫이다. 누나가 MVP가 돼 부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3시즌 연속 KCC를 챔프전으로 이끈 허재 감독은 선수 시절 두 번에 이어 감독으로도 두 번째 우승반지를 끼게 됐다. 2005년 사령탑 부임 후 시행착오가 많았던 허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즌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KCC는 임재현을 뺀 나머지 선수들이 돌림병처럼 부상에 시달렸다. 챔프전에서도 추승균 강은식이 엔트리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남은 선수들을 결속시켰고 적절한 전술 변화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한때 눈 감고 농구한다는 비난을 들었던 임재현은 3쿼터에 결정적인 가로채기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복이 많았던 슈터 강병현은 2점 뒤진 종료 35.6초 전 역전 3점슛을 꽂아 다음 달 입대를 앞두고 큰 선물을 안았다. 허 감독은 “지난 5개월 동안 입었던 겨울 파카를 더는 입지 않게 됐다. 고생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오늘밤 마음껏 취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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