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이대진이 전병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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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7시 00분


SK 전병두. 스포츠동아DB
SK 전병두. 스포츠동아DB
Q1 문자로 ‘올해 골든글러브가 목표’라 했잖아. 변함없는 거지?
A1 목표는 높게! 욕심은 없죠


Q2 국내 최고 좌완투수 꿈 있니?
A2 부상 없이 던지는 것에 큰 감사


Q3 과묵한 성격 바꿔 볼 생각은?
A3 나이 많은 선배는 유독 어려워


SK 좌완 전병두(27)는 야구계에서 수줍고 선량한 미소년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이런 전병두를 KIA의 10년 선배 이대진(37)이 스포츠동아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다소 의외로 비쳐졌다.

위계서열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KIA에서 이대진이 까마득한 후배인 전병두를 챙긴 것부터가 그랬고, 보스 기질 넘치는 이대진과 조용한 성품의 전병두가 각별한 관계라는 것이 잔잔한 ‘파격’이었다. 알고 보니 둘은 같은 기간 재활을 경험하면서 교분을 쌓았고, 당시 전병두의 성실하고 선한 태도에 선배 이대진이 마음을 열었다.

그 결과 2월 중순, 미야자키에서 훈련 중인 이대진이 오키나와에서 한창 몸을 만들던 전병두에게 질문을 건네는 국제적 릴레이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다. 전병두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프로 데뷔 동기이자 ‘베프’(베스트 프렌드)로 서슴없이 두산 투수 노경은을 지목했다.

-두산에서 데뷔해서 KIA, SK까지 세 팀을 거쳤는데, 각각의 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또 처음에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두산에서 KIA 갈 때는 첫 트레이드다보니까 두산에 정도 들었고, 사회 나가서 친구들 처음 접했는데 그 친구들이랑 헤어지려니 아쉽고 힘들었어요. 새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힘들기도 했었요.

그래도 두산에서 따로 연락해서 ‘병두 잘 챙겨주라’고 입을 모아 말씀해준 덕분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KIA에서 적응을 나름 빠르게 잘한 것 같아요. KIA에서 SK로 올 때는 야구가 너무 안 되고 있어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SK로의 트레이드가 두 번째이다 보니 평소와 똑같은 느낌이었어요.

SK에도 KIA처럼 학교 선배님들 계시고, 잘 챙겨주시고 하니까 적응이 첫 번째보다는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세 팀 다 분위기는 별 특별한 것 없이 비슷비슷하게 다 좋아요. 분위기는 성적 따라 가는 것 같아요.”

-같은 팀에 김광현이 있잖아. 류현진과 김광현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인데, 병두도 빠른 공을 던지는 좌투수잖아. 국내 최고 좌완투수에 대한 꿈이 있는지 궁금해. 노력하면 그들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도.

“아니요. 김광현이나 류현진, 이런 친구들처럼 잘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그냥 욕심 없어요. 특별하게 잘하거나 튀게 잘하거나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아픈 경험이 있다보니까 부상 없이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지만 안 부리려고요. 만족은 안 하는 투수가 되려고 노력하겠지만 욕심을 내색하는 투수도 안 될 거예요.”

-새해 인사 문자로 ‘올해는 골든글러브가 목표입니다’라고 했잖아. 참 뿌듯했다. 아직 새해 목표에는 변함없는 거지?


“목표는 항상 높게는 잡고 있는데 욕심은 부리지 않아요. 정말로. 진짜 거짓말 없이 1군에서 팀 승리에 보탬 되는 투수가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승리 욕심도 없고요. 선발과 마무리 안 가리고, 1군에서 잘 던지고 싶을 뿐입니다. 선배님한테는 이미 말씀 드렸지만 욕심 안 부리겠습니다. 골든글러브는 선배님이 제 대신 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이니? 젊은 친구니까 여자친구는 당연히 있겠지? 나중에 결혼하고도 아이를 낳으면 야구시킬 생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결혼은 집에서는 빨리 시키려고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급하게 결혼생각은 없어요. 지금은 돈 벌어야 될 것 같아요. 자리 잡아야 되니까. 철도 아직 안 들었고요. 이성친구는 있는데 여자친구는 지금 없어요. 귀엽고 작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애를 낳으면 야구를 시킬 생각은 없어요. 야구는 성공 확률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잘 되면 잘 되겠지만 안 되면 막연하니까. 현재까지는 운동시킬 생각이 없네요.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건 잘 못합니다.”

-병두는 참 과묵한 것 같아. 말하기보다는 더 듣고 더 생각하고. 지금도 선배들을 많이 어려워하니? 내성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데 이대진 선배님은, 아직까지는 뭔가 편하게 못하겠어요. 나이가 많을수록 선배님들은 다 어려워요. 그래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더 바꾸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말 많이 하고, 사람들하고 많이 어울리고. 먼저 다가와줘야 친해지는 성격인데 계속 말 걸어주는 (김)광현이, (엄)정욱이 형, (윤)희상이, (송)은범이, 이렇게 밝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요. 이러다 SK 선수들 이름 다 말할지도 몰라요. SK 선수들은 일단 다 친하고. 적을 안 만들려고 많이 노력해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병두가 마운드에 있는데 내가 타자로 타석에 선거야. 중요한 승리가 걸려있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가정하고. 혹시 계속 직구만 던져줄 수 있니? 하하하.

“그런 상황이면 선배님한테도 중요한 상황이잖아요.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타자로 나오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봐준다고 맞춰주고 이러면 그 친구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진지하게 할 것 같아요. 선배님하고 대결해도 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그래야 선배님도 더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LG 박경수가 동기인데 경수 나오면 더 전력투구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대진이 전병두에게


병두야. 대진이 형이다. 잘 지내고 있지? 오키나와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겠구나.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병두는 참 친해지고 싶은 후배였다. KIA에 함께 있을 때 인간적인 면에서 형이 병두를 참 좋아했고. 2005년 KIA로 와서 2008년 SK로 갔으니까 3년에서 4년 정도 함께 있었구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수도 있는 시간, 병두는 항상 순수하고 성실한 모습이었어. 야구를 대하는 열정적인 모습도 인상 깊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금처럼 종종 안부 묻고 얼굴 보고 하자. 올 시즌 준비 잘하고!

○전병두가 이대진에게


글 잘 받았습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선배님은 몸 건강하시죠? 선배님에게 배울 점이 참 많았는데 안지 얼마 안 되어서 SK로 트레이드 돼가지고 아쉽기도 했습니다. 트레이드가 되고 나서도 선배 생각 했었는데, 필드로 돌아와서 KIA에서 부상 없이 1군에서 던지는 모습 보면서 배울 게 많은 선배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아플 때마다 선배님 생각 많이 났습니다.

올 시즌도 개막부터 부상 없이 1군에서 좋은 피칭 보여주십시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한국 가서 연락 자주 드릴게요.

- 전병두는?
▲생년월일=1984년 10월 14일
▲학교=부산중앙초∼부산중∼부산고
▲키·몸무게=181cm·76kg(좌투좌타)
▲프로 경력=2003년 두산∼2005년 KIA∼2008년 SK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2010년 성적=27경기, 5승2패, 방어율 3.06
▲2011시즌 연봉=1억3000만원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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