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서 듣는다] 김경문 “올해 전력 최고…7전 8기 우승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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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7시 00분


두산과 계약 마지막 해 어깨는 무겁지만
니퍼트·이혜천 가세…고참들도 역할 척척
팀전력 균형 잡혀…팬들에 꼭 우승 보답
선수발굴 노하우? 장점을 보려 노력하죠

두산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경문 감독(53)이 두산 사령탑을 맡은 지도 어느덧 8년. 특히 올해는 계약 마지막 해로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2011시즌 담금질에 한창인 김 감독의 얼굴은 어느 해보다 평온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한 쪽을 메우면 또 다른 한 쪽이 빈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팀 전력이 가장 안정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고는, 2011시즌 구상과 함께 감독으로서 보낸 지난 7년간의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올해 감독 계약 만료 해인데 얼굴이 평온하다.

“그동안 한 팀의 감독으로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여기서 더 욕심낸다면 그건 말 그대로‘욕심’이다. 다만 꾸준히 두산을 응원해주고 있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올해는 그 믿음에 꼭 한 번 보답하고 싶다.”

-지난 7년간 두산을 매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강팀으로 만들었다.

“올해 캠프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선수들이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제는 각자 할 일이 뭔지 안다. 그런 팀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내 역할은 큰 나무를 보고 가지치기만 잘 해주는 것이다.”

-올 시즌 두산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두산은 매년 우승전력인가. 나만 잘 하면 되겠네(웃음). 올해 니퍼트도 들어왔고 (이)혜천이도 있고 확실히 마운드에 안정감 있어졌다. 고참들 (김)동주, (김)선우, (손)시헌이, (임)재철이, (이)종욱이도 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포스트시즌의 아픔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

“솔직히 포스트시즌에서 지면 가장 괴로운 건 감독이다. 항상 말로만 우승을 하겠다고 해서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이제는 말 대신 한 번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비록 졌지만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뭔가를 이루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분위기가 올 정규시즌까지 이어질 것이다.”

-감독직을 처음 수락했을 때 “하고 싶었던 야구가 있었다”고 말했는데….

“2004년 처음 감독이 되고 해보고 싶은 야구가 있었다.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시작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금도 처음 마음가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7년 동안 두산팬들이 많이 늘지 않았나. 구장을 꽉 메운 관중들을 볼 때마다 팬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해왔다는 칭찬을 받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쁘다.”

-해보고 싶었던 야구가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일단 공격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뒀다. 그리고 상대팀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두산 야구를 ‘화수분 야구’라고 하지만 스카우트들이 자질이 좋은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나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아무리 자질이 뛰어난 선수도 일단 경기에 나가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충분히 주는 편인데 좋은 선수를 선정하는 기준은 뭔가.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닌 마음가짐이다. 어떤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지 열심히 보려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장점을 찾으려고도 노력하는 편이다.

(선수가)한 번 눈에 들어오면 집에서 2번 정도 고민한다. 3번째 결론이 나면 밀어붙인다. 하지만 아무리 기회를 준다고 해도 못 잡는 선수들이 있다. 그건 모두 선수들의 몫이다.”

-감독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였나.

“뒤에서 ‘두산 선수들이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다. 선수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제는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냉철한 승부사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더 냉철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웃음). 선수들이 날 ‘감독’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난 솔직히 ‘야구를 먼저 시작한 큰 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생들과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즐겁게 하다보면 뒤따르는 게 결과라고 본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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